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산 영향력 점점 커져…국내 산업 종식 우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거나,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중국의 손을 빌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품질 신뢰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K-stat'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전기차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한 19억4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가별 수입액은 독일이 7억88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고, 중국(5억3800만 달러)과 미국(4억5900만 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전기차의 경우 주로 미국과 독일에서 수입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수입하는 수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중국은 전기차 수입액에서 5위(2800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3위(1억6600만 달러)로 올랐고, 올해 1∼10월에는 2위로 올라섰다.

   
▲ 테슬라 수퍼차저./사진=테슬라 제공


지난 8월에는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수입 1위를 차지, 10월까지 석 달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전기차 수입액은 1억7200만 달러로, 독일 전기차 수입액 7000만 달러 대비 약 2.5배 수준이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이라면 중국이 한국의 전기차 수입 1위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2000만 원가량 낮춘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 BMW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 폴스타2 등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다. 내년 국내 출시를 예고한 볼보 EX30도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쏟아지면서 국내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산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중국산이 저가·저품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중국산 전기차도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원가를 절감한 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내연기관차보다 더 고장이 잘 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후 관리도 잘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볼보 EX30./사진=김연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 중국산 제품은 저가·저품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중국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비롯해 글로벌 표준 채택, 공정 자동화, 로봇 생산 시스템 도입 등으로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 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중국산 전기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산에 대한 품질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의 수준이 1990년대의 '메이드 인 차이나' 그때의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부터 배터리 제공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내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 위험이 커진다"면서 "국내에서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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