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 토종 이커머스 ‘11번가’ 강제매각 수순 밟나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SK그룹 계열인 ‘11번가’가 강제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리 자본으로만 구성된 토종 회사는 사라질 것이란 다소 씁쓸한 전망도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 만료 기한은 오는 12월4일까지다.

   
▲ 11번가 CI/사진=11번가 제공


SK스퀘어는 2018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FI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콜&드래그 옵션을 설정했다. 

2023년 9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SK스퀘어가 원금에 연이율 3.5%의 이자를 붙인 약 5500억 원에 FI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콜옵션을 포기하면 FI가 SK스퀘어의 지분까지 제3자에 매각 가능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Drag-along)의 조건도 있었다.

이번에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3%)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11번가 매각 주도권이 FI로 넘어간 셈이다. 

SK스퀘어와 FI 간 추가 협의와 함께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유통시장 경쟁 포화로 11번가를 사들일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SK스퀘어는 최근까지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업체 큐텐과 지분 투자 협상을 벌였으나. 기업가치 책정 부문에서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

FI는 강제 매각 대신 기존 IPO 약정일을 연장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1번가와 비슷한 시기에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경쟁사들도 IPO 추진을 공표했으나 모두 잠정 연기한 상태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로써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실적개선과 몸집 줄이기 등 효율적 조직 만들기에 꾸준히 힘을 쏟을 방침이다.

11번가 거래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사업의 경우 올 상반기(1~6월)는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손익이 290억 원 이상 개선됐다. 

최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만 35세 이상 직원 가운데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