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수위 제재 내려져…법적대응 가능성은 '물음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여파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한 이후 그 파장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징계 대상이 된 회사들은 물론 증권업‧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징계건에 대한 KB‧NH투자증권의 법적 대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 KB증권 본사 전경./사진=김상문 기자


“수익률 몇 퍼센트(%)를 잃으면 펀드 하나를 잃지만, 투명성을 잃으면 회사를 잃을 수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자산운용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이 말은 금융권 전반에 대한 원칙적 기강확립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같은 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KB증권과 NH투자증권 CEO에 대한 중징계 결과가 발표되면서 금감원장의 말은 ‘씨’가 됐다.

이번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중징계는 업계 내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박정림 사장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사실상 최고수위의 제재를 받게 됐다.

이는 당초 금융감독원이 내린 제재 수위보다 한 단계가 더 올라간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KB금융지주 차기회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박 사장은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제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건은 원래부터 일고 있던 증권업계 세대교체의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림 대표와 정영채 대표는 둘 다 1963년생‧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두 회사는 후배급 인재풀에서 새로운 리더를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경우 마침 새 수장을 맞이한 모회사 KB금융지주가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양종희 신임 회장의 첫 사장단 인사와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금융권 뿐 아니라 재계 안팎에서도 세대교체 움직임이 존재하는 점,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흐름 등이 맞물려 꽤 많은 변화가 수반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KB증권이 지난 2016년 현대증권과의 합병 이후로 유지하고 있는 2인 각자대표 체제가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처분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성토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옵티머스 사태 초반에 검찰에 자진신고를 하는 등 정영채 사장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중징계를 끝내 피해가지 못했다. 정 사장이 그나마 박정림 사장보단 수위가 낮은 징계를 받았다지만, 당국의 제재 때문에 연임 활로가 막힌 것은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두 회사가 이번 건을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과거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이 2022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부실 판매로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승소해 자리를 지킨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정부‧금융당국의 ‘기강확립’ 의지가 워낙 강하다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