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를 사흘 연속 평가절하하면서 국내경제와 산업계에도 강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우리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중국이 사흘 연속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국내 경제와 산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국내경제, 특히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업종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위안화 절하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돼 장기적으로는 국내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 중국외환교역센터는 13일 달러·위안화 중간가격(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11%(0.0704위안) 올린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은 지난 11일과 12일 위안화 가치를 각각 1.86%, 1.62%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사흘간 4.66% 떨어졌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글로벌 통화전쟁 우려를 감수하면서도 위안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는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이다.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를 사흘 연속 평가절하하면서 국내경제와 산업계에도 강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우리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그만큼 중국의 경기자체가 좋지 않다는 증거로 볼 수 있고 중국의 구매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머징 국가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이머징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경제에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제 통화마찰 등의 이유로 중국이 더 이상의 위안화의 절하보다는 지준율 인하의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5% 정도의 위안화 절하로는 국내경제의 우려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경기가 부양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수혜업종으로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중국의 부진한 경기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리 자동차업종에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엔화보다는 원화의 상승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제야 현대기아차 등이 가격경쟁력을 어느 정도 회복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주고 약주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IT업종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나 LG 등 국내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분야는 중국과의 직접 경쟁 대상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전망

이유

자동차

긍정적

중국 내수 활성화로 인한 판매 증대

조선

부정적

중국 조선사와 수주 경쟁 심화

IT

중립적

반도체는 긍정적, 스마트폰은 부정적

유통

부정적

중국 구매력 감소

항공

부정적

중국인 관광객 감소

정유화학

긍정적

중국 통한 가공비용 감소


중국과 수주경쟁을 펼치는 조선과 건설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업체에 이미 수주물량을 상당수 빼앗긴 조선업체는 중국과의 경쟁까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사 보다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수주 경쟁을 하는 중소형 조선소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계와 유통업계 역시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 감소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국내 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레 수출 물량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중국을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기업들에게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통한 가공수출 규모가 큰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LCD업체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화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가치 하락으로 자본시장에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