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와 우발채무 부담 등으로 용지 추가확보 꺼리는 건설업계
이런 상황에서 일부 건설사 오히려 용지 늘려…이익률 개선 승부수로 풀이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최근 2년 동안 급상승한 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의 부담으로 건설업계에서 신규 토지를 확보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건설사는 오히려 토지보유를 크게 늘려 눈길을 끌고 있다.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시스템 제공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권 건설사의 3분기 연결 기준 재고자산을 파악한 결과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DL건설, 코오롱글로벌, 서희건설의 보유토지가 올해 들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보고서에서 용지를 따로 공개하지 않은 포스코이앤씨와 한화 건설부문을 비롯해 애초 정기보고서 제출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호반건설, 대방건설, 중흥토건, 제일건설 등 6개 건설사는 제외됐다.

건설사별 보유 용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말 1조997억56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1조1016억8400만원 0.18%(19억2800만원) 늘었다. 변동 폭이 워낙 적다 보니 사실상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셈이다.

같은 기간 GS건설 3488억8600만원에서 3541억7000만원으로 1.51%(52억8400만원), 서희건설 59억2400만원에서 60억4000만원으로 1.96%(1억1600만원), 롯데건설 1248억4800만원 1284억7300만원으로 2.9%(36억2500만원) 각각 증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618억3600만원에서 2230억4500만원으로 260.7%(1612억900만원), DL건설은 368억1300만원 928억7800만원 152.3%(560억6500만원)나 급증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지난해 말 용지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가 올해 3분기 317억2700만원으로 늘었다.

용지를 활용한 자체개발사업은 주택시장 경기와 정부 정책에 따라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위험성이 높다. 더욱이 용지를 매입하는 등의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늘어나 사업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여러 부담에도 용지를 늘리는 이유는 자체개발사업이 단순도급사업에 비해 이윤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가 공사만 담당하는 도급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률이 5%, 자체사업 이익률은 10%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에 대다수 건설사의 이익률이 추세적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역시 이익률이 개선될지 요원한 상태다. 이런 탓에 삼성물산 등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기대수익률을 가진 자산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시장 자체가 도급사업만으로 견딜 수 없는 시장 구조로 바뀌고 있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역량 강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가 고금리와 분양시장 침체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지 매입부터 수익 현실화 단계까지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흐름 악화가 불가피하기도 하다"며 "용지를 늘린 건설사는 이와 같은 위기를 버텨낼 만큼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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