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약식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 전환
서울 광화문·강남역 등 대심도 빗물터널 및 지하방수로 건설
AI 홍수특보 발령지점, 75→223곳 확대…지방하천 수위관측소도 늘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환경부가 해가 거듭할수록 잦아지는 극한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2조 원을 들여 신규 댐을 건설하고 홍수방어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홍수대응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하지만 하천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약식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환경부는 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제32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새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이상현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평년 30일인 장마가 지난 2020년에는 약 2배인 54일간 최장기간 지속됐고, 지난해 8월에는 연 강수량 11%에 버금가는 141.5㎜의 비가 서울에 1시간 동안 내렸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청주 미호강에 441㎜, 논산 논산천에 426㎜의 비가 내리는 등 각각 400~500년 이상 빈도로 내릴 법한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에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환경부는 제정·개정된 '하천법과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그간 추진했던 치수 정책을 종합 검토해 홍수 대비체계를 전환하는 내용의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먼저 유역 면적이 크거나 홍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점진적 승격해 2027년까지 국가하천 구간을 기존 3602km에서 약 4300km까지 확대한다. 이와 함께 지방하천 중 국가하천 수위 상승에 영향 받는 구간을 '배수영향구간'으로 지정해 환경부가 직접 정비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지난 8월 '하천법'이 개정됨으로써 마련됐다. 환경부는 내년 배수영향구간 38곳을 정비할 계획이다. 

퇴적토가 많이 쌓였거나 나무와 풀이 자라나는 등 물 흐름이 정체된 곳을 중심으로 준설사업을 실시하고, 하천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약식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전환한다. 하천기본계획 수립 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평가 항목이 검토된 하천정비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해 적기에 하천정비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내년부터 필요한 지역에 적정 규모 신규 댐을 건설하고, 저수지 등 기존 댐 재개발(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한 10개 댐 기본구상을 실시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비대상인 규모가 작은 댐에 대해서는 타당성 조사도 함께 추진한다. 

또한 집중호우 시 상·하류(댐·하천 등)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한 댐 최적방류(시기, 양 등)를 지원하고자 가상공간에서 3차원으로 모의상황을 재현해 나타난 결과를 시각화해 제공하는 '댐-하천 가상 모형(디지털 트윈) 물관리 플랫폼'도 내년 중 구축한다. 

2028년까지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지역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고, 도림천과 한강을 잇는 지하방수로를 건설해 극한홍수에 대비한다. 상습침수지역 하수도정비중점관리지역 지원사업도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한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에 따라, 통상적인 홍수대책만으로는 피해 예방이 어려운 특정도시하천 유역 등을 대상으로는 국가가 직접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특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인구밀집도가 높거나 중요산업시설이 위치한 유역 침수방지시설에 대해서는 홍수방어목표를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필요 시 500년 빈도 이상)으로 강화한다. 

홍수취약지구 관리도 인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었던 하천관리청(환경부·지자체) 위주에서 전문기관(하천협회·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홍수기 전(2~3월)·중(8월)·후(10~11월) 하천시설을 일제 점검한다.
 
아울러 재난안전 대책기간(5월 15일~10월 15일)이 시작하기 전 매년 5월 첫째 주를 '대한민국 홍수안전주간'으로 지정‧운영해 전국 226개 지자체가 함께 홍수대응태세를 총괄적으로 점검하도록 한다.

댐 건설 등 홍수방어 기반시설 구축에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내년 5월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홍수특보 발령지점을 대하천 위주 75곳에서 지류·지천을포함한 223곳으로 확대한다. AI 홍수특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하천 수위관측소를 확대하고 소하천 수위(행정안전부) 등 유관정보도 연계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증가된 지방하천 수위관측소들 중 일부는 앞으로 홍수특보 발령 지점으로도 활용된다. 

   
▲ 대국민 홍수특보문자 변경(안)./사진=환경부


대국민 홍수특보 알림 문자에 개인별로 스마트폰 위치정보(GPS)를 활용해 본인이 침수우려지역 내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한다. 

홍수특보 발령 당시 특보 발령지역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해 알림 문자를 못 받거나 문자를 받고도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가 홍수특보 발령지점 부근에 진입할 경우를 대비해 내년 7월부터 위치정보체계(GPS) 기반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지역에 진입했음을 알려 안전운전을 유도할 계획이다. 

전국 4800여 개의 읍면동 중 침수우려가 있는 1654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극한호우 시 도시 침수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도시침수지도를 1년 앞당겨 내년 구축하고, 현장 홍수위험지도 활용 확대를 유도한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홍수대응상황을 총괄 지휘‧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치수 대책 추진을 위한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치수안전 관련 예산은 올해 기준 1조2000억 원에서 내년 2조 원 규모로 2배가량 확대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일상화된 극한호우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국가 치수정책의 체계(패러다임)를 전면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부는 '국민안전을 위한 정책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생각으로, 하천 정비, 댐 건설 등 홍수취약지역 주민안전을 위한 사업을 적기에 이행하는 등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간소화와 관련해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하천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인데 환경영향평가뿐만 아니라 기본계획까지 약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또한 그간 하천 기본계획이 수립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계획 수립률이 저조하거나 이에 따라 홍수 대비를 잘 하지 못 한다는 한계점이 지속 지적돼 왔는데, 과연 약식 전략환경영향평가가 기존 하천 기본계획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한화진 장관은 "아예 모든 평가 항목들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부분 진행은 그대로 하지만, 주민 등 의견 수렴과 전략환경평가서 작성 협의 등을 동시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시설계 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경우도 동일하다"고 했다. 

심의 방식을 개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완공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 소요되는 댐 건설 특성상 현 정부에서 계획 발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은 "구속력 있게 하는 방안 등 부분은 유역하천 수자원관리계획에 모두 담겠다"며 "법적인 부분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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