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2차 계약에도 업계 내 우려 확산
폴란드 정권교체로 남은 물량 확보 장담 어려워
방산업계 “수은법 개정안 빠르게 처리돼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을 놓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계약을 확정했지만 예상했던 물량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계약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방산업계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폴란드와의 계약은 우리나라가 예상했던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 2차 계약했지만 남은 물량 많아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152문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K9 자주포 212문과 천무 218대를 공급하는 1차 계약에 이은 대규모 계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차 계약으로 3조4758억 원 규모의 수주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업계 내에서는 남은 물량 확보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차 계약이 예상했던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보여서다. 

지난해 7월 폴란드와 기본계약 체결 당시 K9 자주포는 672문, 천무는 288대를 수출하기로 했다. 1차 계약 때는 K9 자주포 212문, 천무 218대를 수출하기로 확정했다. 남은 K9 자주포 460문과 천무 70문은 2차 계약 때 수출하기로 했지만 실제 계약은 K9 자주포 152문에 그쳤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1차 계약 이후 남은 물량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계약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현대로템은 1차 계약에서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기로 했으며, 남은 물량은 820대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2차 계약때 추진하는 물량은 K2 전차 18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폴란드 2차 계약 규모를 30조 원으로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2차 계약이 맺어진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4758억 원이 전부다. 

   
▲ 현대로템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제공


◇폴란드 정권 교체로 수출 전략에도 변화

폴란드의 정권 교체도 2차 계약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란드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야권연합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정권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야권연합은 그동안 자국 내 한국 무기체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경계해왔다. 또 한국 무기 구입 자금을 위한 특별 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비판해 왔기 때문에 이번 2차 계약 축소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연합에서 앞으로도 우리나라 방산 계약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다면 지난 기본계약 체결 당시 확보한 물량을 모두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폴란드 정권 교체로 인해 국내 방산업체들의 전략도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모두 올해 상반기 내로 2차 계약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계약을 서두르기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권교체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약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안으로 최대한 빠르게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2차 계약에서도 속도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2 전차의 경우 대당 가격이 200억 원이 넘는 반면 K9 자주포는 대당 40억 원 정도로 가격에서부터 큰 차이가 발생해 상대적으로 계약 규모가 작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약부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로템은 내년까지도 계약이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수은법 개정에 방산업계 한목소리

폴란드 정권교체로 인한 수출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방산업계 내에서는 수은법 개정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 원이다. 폴란드는 2차 계약을 맺기 위해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와의 1차 계약 당시 법정자본금 한도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금융지원이 막혔다. 이 때문에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이 늦어졌다.

최근 마무리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계약도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아닌 민간자금 수출금융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폴란드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민간자금 수출금융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방산업계 내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수은법 개정이 이뤄져야 폴란드와의 계약도 축소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여야 모두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30조 원으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은 자본금 한도를 35조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수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돼 있다. 수은법 개정안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다음 국회에서 법안 마련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이에 방산업계는 빠르게 수은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면 탄력을 받고 있는 방산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개정안이 통과돼야 폴란드와의 남은 계약 물량을 놓고 3차, 4차 계약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차 계약이 빠르게 타결되면 현지 공장을 세울 수 있다. 3~4차 계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물론, 부품 조달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수료를 취할 수 있어 이득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