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이색적인 현상과 투쟁 강화하는데 어머니들 합세해야”
통일부, "한류 확산 단속하고 출산율 저하 문제 호소" 분석
법제정에도 학교교육·사회단속 안 통해 가정에 독려 나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최근 어머니대회가 눈길을 모은 배경엔 11년만의 개최란 사실 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물’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3일 어머니대회 첫날 리일환 당비서의 보고를 듣던 도중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어머니 참석자들이 오열을 터트렸다고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공식행사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 어머니들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노릴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어머니대회는 3~4일 이틀간 열린데다 김 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모두 직접 연설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북한은 4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당중앙은 어머니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로 보나 우리 국가와 혁명 앞에 나서는 현실적 문제들로 보나 이번 대회가 당대회나 당중앙전원회의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보고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어머니대회에 대해 젊은세대 사상교육, 저출산 문제 해결, 딸 주애의 세습 이후 체제 공고화 등 여러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 가운데 북한사회에 만연한 비사회주의 행태를 막기 위한 목적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류 확산을 막고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 전국의 어머니들을 불러 모았다고 봤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어머니대회 연설에서 “가정교양과 학교교양, 사회교양 중에서도 가정교양이 첫 자리를 차지한다”면서 어머니들을 찬양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우리식이 아닌 언행을 내버려두고 있으며, 자식들에게 별난 옷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이색적인 현상과 투쟁을 강화하고 있는데 어머니들이 적극 합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4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어머니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2023.12.9./사진=뉴스1

이전부터 많은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한국드라마를 봤다고 증언하고 있고, 한국드라마가 탈북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내부의 한류 현상은 김정일 시대를 거쳐 탈북자 방지를 위해 국경단속을 강화한 김정은 시대에서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어머니대회를 통해 처음 공식 제기한 ‘출산율 저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자녀들을 잘 키워 혁명의 대를 이어나가는 문제, 비사회주의 문제를 일소하고 사회단합을 도모하는 문제, 공산주의적 미덕 미풍이 지배적 풍조로 되게 하는 문제,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보육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모두의 집안의 일”이라고 말했다.

아직 저개발국가인 북한에서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특이하다. 유엔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지난달 발표한 ‘2023 아시아태평양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8명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결혼한 여성도 자녀를 적게 낳고, 비혼 문화가 퍼져있는 것은 외부에서 들어가는 남한문화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북한에 평양문화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주민들을 단속해왔다. 하지만 이런 사회 차원의 단속이 통하지 않으니까 어머니대회를 열고 가정교육에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에서 한류 열풍은 중국, 일본과 동시에 나타났고, 평양보다 당국의 주목을 덜 받는 지방에서 더 활성화됐다는 탈뷔민들의 전언도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특히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비사회주의와 여성들의 저출산 경향 외 또 김 위원장의 고민거리는 무엇일까? 통일부는 북한의 ‘뇌물 문화’를 꼽았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뇌물을 주고, 장사하기 위해 뇌물 주고, 입당을 하기 위해서도 뇌물을 줘야 하는 뇌물이 만연한 북한사회의 부패구조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뇌물 문화 역시 북한주민들이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부결속을 어렵게 만든다. 내부결속이 최대 과제인 김 위원장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시작된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런 한편, 북한사회도 어느새 스마트폰과 인트라넷이 일상화됐다. 핵·미사일 개발을 명분으로 주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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