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주요 면세점 매출 일제히 감소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 빗장이 무려 6년 만에 풀렸지만, 국내 면세점 실적 회복은 생각보다 더디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 등 주요 업체들의 올 3분기 매출이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 신라면세점 서울점 외관 전경./사진=호텔신라 제공


롯데면세점의 3분기 매출은 74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98억 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줄어든 84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은 163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됐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 매출은 4361억 원으로 49.1%, 줄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 10억 원 흑자를 냈지만, 매출액은 23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5% 쪼그라들었다. 

국제선 운항 등 항공편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인접국가로 분산된 영향도 있다. 단순히 중국인 해외 단체 관광 빗장이 풀린 것만으로 ‘황금기 재현’을 기대하기는 힘들단 얘기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는 68만920명으로 전월(63만8030명)보다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1조805억 원에서 1조937억 원으로 불과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올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사드 사태로 단체관광이 불가했던 2017∼2019년 평균(월 41만6000명)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방한 단체관광 비자를 6년 5개월 만에 허용한 것이 지난 8월11일이다. 이후 9월에 중국 최대 명절 중추절, 10월 초 국경절 등 황금연휴를 거쳤다. 

면세점 업계에서 기대한 만큼 유커(단체 관광객) 귀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 롯데면세점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면세점 쇼룸 LDF하우스 외관 전경/사진=롯데면세점 제공


국내 면세점들은 유커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변화한 중국인 관광객 특성에 맞춰 쇼핑·체험 중심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서울 명동거리에 연면적 298㎡ 규모의 쇼룸 ‘엘디에프(LDF)하우스’를 열고 관광객들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한 번에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달 28일 명동점 VIP 라운지에서 스위스 럭셔리 하우스 라프레리와 뷰티클래스를 열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을 찾는 개별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구매력이 높은 충성 고객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삼공사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과거 비중 60% 수준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현재 20~25% 수준에 불과하다”며 “유럽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통역사를 배치하기 위한 인력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면세점이 주춤한 사이 중국 하이난 면세점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2020년 7월 1일부터 하이난 리다오(섬을 떠난다는 뜻) 여행객 대상 면세 정책을 실시했다. 이후 3년간 면세 누적 매출액은 1307억 위안(약 24조 원)으로 시행 전(2017년 7월~2020년 6월) 3년간 매출액의 279% 증가했다. 

하이난성정부는 올해도 지난 6월말부터 8월까지 두 달간 2000만 위안(약 36억 원)의 면세 소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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