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억 1300만 달러(약 1485억)에 계약했다. 이는 오타니 쇼헤이, 류현진 등 선배 메이저리그 스타들을 훌쩍 뛰어넘는 메이저리그(MLB)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 역사상 최고액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닷컴을 비롯해 미국 현지 매체들은 13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 시 계약 해지)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당초 예상됐던 금액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포스팅 역대 최고액이다.

   
▲ 이정후(위)가 포스팅 계약 규모로 오타니(아래 왼쪽), 류현진을 훨씬 뛰어넘는 1억1300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LA 에인절스, 더팩트


종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최고액 계약은 류현진이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국내 최고 투수로 군림했던 류현진은 2012년 12월 LA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에는 포스팅에 따른 이적료 규정이 지금과 달라 다저스는 한화에 따로 2573만 7737달러의 이적료를 지급했다. 이적료까지 합쳐도 류현진의 계약 규모는 이정후와 차이가 크다.

오타니는 이번 오프시즌 최고 화제의 선수였다. 6년간 몸담았던 LA 에인절스와 계약 기간이 끝나 FA가 됐고, 10년 7억달러라는 상상초월 계약을 했다. 이런 오타니도 6년 전인 2017년 12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에인절스로 이적할 때 계약 규모는 지금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팀들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포스팅에 까다로운 규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오타니는 25세 미만 외국인 선수에 적용되는 계약금 231만5000달러에 3년간은 보장 연봉 54만5000달러, 보너스 최고 350만달러밖에 받을 수 없었다. 포스팅에 따른 이적료도 상한액이 2000만달러로 정해져 있어, 에인절스는 니혼햄에 2000만달러의 이적료만 지급했다.

2018년 메이저리그 노사 합의에 따라 포스팅 시스템 규정이 대폭 개정됐다. 계약 규모의 상한액은 없어졌고 이적료는 계약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게 됐다. 계약 총액이 5000만달러 이상이면 기본 937만5000달러에 5000만달러 초과 금액의 15%가 이적료에 추가된다. 이정후의 경우 5000만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기본 937만5000달러에 초과분의 15%에 해당하는 945만달러가 추가돼 이적료가 1882만 5000달러로 책정된다.

포스팅 제도 개정 이후 일본의 특급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포스팅 최고액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2022년 3월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스즈키 세이야가 시카고 컵스와 5년 8500만달러에 계약해 신기록을 세웠으나, 2022년 12월 오릭스 버팔로스의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달러에 계약하며 기록 경신을 했다.

이 기록을 이번에 이정후가 갈아치운 것이다.

아울러 이정후는 한국인 선수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 역대 2위에 올랐다. 추신수가 지난 2014년 1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달러에 계약한 것이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액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활약한 추신수가 FA 계약으로 이룬 최고액에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신인으로서 포스팅 계약으로 근접했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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