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생산비·탄소배출 동시에 줄이는 비료액 재사용 기술 개발
비료구매비 21%·탄소배출량 26% 줄어... 내년부터 시범사업 돌입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우리나라 수경재배 면적은 2000년 474헥타르(ha)에서 2021년 5634헥타르로 약 12배 늘었지만, 작물을 재배하면서 배출되는 비료액(배액)의 양분 불균형(과잉‧부족)을 조절하기 어려워 이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비순환식 수경재배가 전체 면적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순환식 수경재배로 키운 과일 채소./사진=미디어펜


수경재배는 흙 대신 배지에 작물을 심은 뒤 양액을 공급해 기르는 농법으로, 작물 이어짓기로 인한 병해충 피해를 막고 작물 생산성과 작업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수경재배에서 사용하는 물과 비료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해 농가 생산비를 절약하고 환경 부담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순환식 수경재배 품목별 배액 재사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동 기술은 수확량과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액 배출량(폐기량)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작물의 생육 특성을 반영해 배출되는 배액의 희석농도를 조절하고 2주 간격으로 양분 불균형을 보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순환식 수경재배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배액을 재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딸기와 토마토 등 우리나라 주요 수경재배 작물 4품목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3년 동안 배액 희석, 양분 보정 등 정밀 양분관리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작물의 수확량과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수경재배 점유율 1위인 딸기에 기술을 적용한 결과, 비순환식보다 비료 구매비는 21%, 탄소 배출량은 26% 줄었다. 토마토는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63%씩 줄었고, 파프리카도 비료 구매비 63%, 탄소 배출량은 61% 줄었다. 멜론 또한, 1년 3회 재배 기준으로 개발 기술을 적용했을 때,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34%씩 줄어들었다. 

   
▲ ‘환경보전과 자원 절감이 가능한 순환식 수경재배 매뉴얼’./사진=미디어펜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품목별 순환식 수경재배 배액 재사용 기술을 ‘환경보전과 자원 절감이 가능한 순환식 수경재배 지침’으로 펴내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4년 신기술보급 시범사업을 통해 강원도 철원을 포함한 전국 14곳에 적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를 추가로 추진해 현재 5%인 순환식 수경재배 보급률을 2028년 1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농진청에서 자체 구축한 ‘스마트농업 시험 재배지(테스트베드)’와 농식품부가 구축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활용해 지자체나 청년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 기술지원을 추진하고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중소규모 농가 대비책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정책 수립에도 적극 협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순환식 수경재배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설원예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제한된 자원의 재활용은 매우 중요한 화두”라며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 적용으로 버려지는 농업용수와 화학비료를 재사용해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생산비 절감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진청은 이번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적용해 딸기 등 4품목 수경재배 면적인 4386헥타르의 10%를 순환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해마다 약 2만 2000톤의 탄소를 줄여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나무 216만 그루가 한 해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