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강서구청장 패배·혁신위 갈등 누적...장제원 불출마 다음날 사퇴
총선 넉달 앞두고 비대위 체제 대혼란...한동훈·원희룡 등판 시나리오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이 내년 4.10 총선을 넉달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김기현 당 대표가 전날(13일)대표직을 전격 사퇴하면서다.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네덜란드에서 귀국한 뒤 이르면 다음 주쯤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원장 후보 군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김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13일 당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강서구청장 패배·인요한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누적이 원인이었다. 이로써 지난 3.8일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전면에 내세워 등장했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는 약 9개월 여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김기현 체제의 갑작스러운 종식으로 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넉달 앞두고 지도부 공백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 사퇴 이후 하루 만에 비대위 체제를 결정한 것이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월 6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한 제안설명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임시전대)를 개최해 다시 선출된 당 대표를 지명해야 한다.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이라면 원내대표가 그 직을 승계할 수 있지만 김 대표의 임기가 1년 3개월이나 남아 있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임시전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윤 원내대표는중진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열 상황이 안 된다고 다들 의견을 모아서 비대위 체제로 빨리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라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인선 기준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 총선 승리라는 지상과제를 달성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분, 그런 기준으로 물색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최고위 이후에도 "선거를 앞두고 총선 승리라는 지상 과제를 저희가 달성하는 데 능력과 실력을 갖췄는지 그런 기준으로 인선하겠다"라고 말했다.

새 비대위원장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선출된 비대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등 선거기구를 꾸리고 인재영입은 물론 공천 등 선거 업무 전체를 지휘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1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치라고 하는 건 이미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던져주는 어떤 그림이라든가 모습, 모양 이런게 중요하다"라며 "그런 면에서 대통령실의 지시를 순종하는 모습보다는 당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메시지를 국민들한테 던질 수 있는 강단있는 분이 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감각도 있고, 당 상황도 잘 알고 있으면서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설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장관이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정치 경험도 없고 사람도 잘 모르는 상황 아닌가"라며 "과연 한동훈 카드를 쓰는 게 맞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카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쓰려면 개인적으로는 비대위원장보다는 공동선대위원장이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5선·경남 창원의창)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상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얘기했다"라며 "구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얘긴 안 나왔다"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