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향기나 봉사단, 보컬재능 사회기부 콘서트 개최

지난달 31일 오금역 지하철에서 청소년 재능기부 콘서트가 열렸다. 청소년 재능기부 콘서트는 재능을 통한 사회기부 봉사제도로서, 형식적으로 변질된 봉사점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봉사제도이다. 이유리 CCM 가수는 보컬 재능을 이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개발해서, 그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8주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콘서트가 개최된 것이다.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리자, 지나가던 행인들이 “무슨 일인가”하고서 걸음을 한명 두명 멈춘다. 학생들은 긴장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학생들은 주먹을 가만히 움켜쥐면서 속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게 아냐. 8주간 연마한 재능을 지금 기부하는거야. 기부는 나눔이니까 떨 것 없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첫 무대는 태권도를 잘한다는 한 여학생이 맡았다. 착하게 인사하는 그 여학생이 마이크로 노래를 하자, 비로소 행인들은 걸음을 잘 멈췄다는 반응으로 마련된 자리에 시계를 보면서 앉았다. 5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길목에서 긴 행렬들의 고개가 콘서트쪽을 향하고 있었다. 유모차에서 빼꼼히 고개 내미는 아이도 잇다. 행인들이 더 몰려왔고, 아이폰을 꺼내서 동영상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외국인들도 여러명 있었다.

음악재능을 기부하도록 제안을 한 것은 보컬리스트인 이유리 CCM 가수다. 이유리 가수는 지난 8주동안 학생들의 음악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관여하면서 ‘누나, 언니’처럼 인생 상담을 해주면서 ‘재능 기부’의 헌신을 해오고 있다.

몇해 전, 봉사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쓰레기를 억지로 줍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점수를 따려고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봉사정신이 훼손되고, 청소년들에게 형식적 봉사를 교육하는 병폐를 발견했습니다. 그때 재능을 통해서 아이들 스스로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시작하게 됐습니다.”고 이유리 가수가 고백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악기와 노래를 배우니까 좋아서 하기 마련이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 그것이 봉사활동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친구와 부모들이 많았다고 한다. 드럼을 좋아하는 친구가 드럼을 치기만 해도 봉사점수가 나오는 게 신기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8주간 교육과정을 마친 아이들이 사회를 향한 ‘재능 기부의 눈’을 새롭게 뜨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봉사자’로 태어날 수 있는 재능기부 교육시스템인 셈이다.

이유리 가수가 고백한다. “학교에서는 밴드를 구성하기 위해서 서로 주장만 하니까 구성도 못하고 1학기가 지나기 십상이예요. 정작 해야할 밴드는 못하는 것이죠. 헌신과 봉사의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재능기부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금방 밴드를 구성했어요. 부모들이 놀라운 반응을 보였어요. 서로 협력하는 밴드를 구성하듯 사회와 협력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게 재능기부 봉사제도의 근본 목적입니다.”

이유리 CCM 가수
▲이유리 CCM 가수
콘서트는 금새 뜨거워졌다. 낯선 행인들도 관객이 되어서 박수도 보내고, 사진도 찍고, 넉넉한 오금동 오후가 펼쳐졌다. 아이들도 점차 자신감이 붙었고, ‘지금 잠시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재능을 맘껏 기부하겠다는 일념으로 목청을 높이며 실력을 발휘했다.

댄스팀도 있었다. ‘be the light’ 노래를 배경으로 3인조 여학생들이 화려한 무대를 장식했다. 이유리 가수는 “중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봉사점수도 정확이 계산해서 나온다”면서 “의무적으로 봉사점수를 따게 하면 봉사의 마인드가 상실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재능을 개발해서 사회에 그 재능을 환원하는 재능봉사를 하게 되면 좋아서 하는 것이라서 진정한 봉사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콘서트에 참여할 학생들의 얼굴은 땀과 흥분에 넘쳤다. 억지로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열정적 모습 이면에는 ‘지금 봉사활동중이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저 봉사점수를 따려고 무대에 선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봉사활동을 정말로 하겠다는 마음이 넘쳤고, 봉사점수는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것인 셈이다.

땀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표현할 수 없는 고단위 동작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고음을 처리하는 노래에서도 지하철이 울릴 정도로 아름답게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질 때가 많았다.

행사가 끝나고 관람객중 외국인 4명을 초대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이들은 이틀전에 한국에 한국어를 배우려고 입국했는데, 우연히 오금역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춘 것이다.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를 마련했다는 것에 놀랬다. 모든 무대가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있었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외국인들은 순수히 고백했다. 사회자가 즉석에서 러시아 노래를 주문하자, 그들은 흔쾌히 허락하기도 했다.

오금역에서 2시간 동안 펼쳐진 재능나눔 콘서트는 전국에서 열린 수많은 콘서트중 하나에 해당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를 위해 재능을 기부한 신선한 콘서트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순수한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사회를 무대로 음악으로서 기부활동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