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 선정…내년 상반기 인수 마무리
재계 순위 27위에서 13위로 ‘껑충’
‘승자의 저주’ 우려…해운업황 불황도 하림에게는 악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하림그룹이 HMM을 품게 됐다. 하림그룹은 본입찰에서 동원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에 이어 HMM까지 인수하게 되면서 초대형 해운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규모 외부자금이 들어간 데다가 해운업황이 꺾인 상황에서 HMM 운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유찰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결국 하림그룹이 HMM의 새주인이 됐다.

   
▲ HMM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57.9%)주로 인수가는 6조4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위해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하림그룹은 동원그룹이 써낸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매각 측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요청이 입찰 기준에 위배된다며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결국 하림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앞서 논란이 됐던 요구사항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HMM 인수로 하림그룹의 재계 순위도 대폭 상승하게 된다. 현재 하림그룹의 자산은 17조 원으로 재계 27위에 올라있는데 HMM의 자산 25조8000억 원을 합치면 42조8000억 원으로 13위에 오른다.

그러나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 ‘승자의 저주’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HMM의 규모가 크다 보니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는 인수를 통해 사세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무리한 인수금액을 투입하면서 인수 후에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HMM의 인수가는 6조4000억 원 수준으로 하림의 현금성 자산 1조6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자금조달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계획대로 인수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림이 현금성 자산 10조원에 달하는 HMM을 인수 후에 곳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하림은 하림USA가 적자를 이어가자 팬오션을 상대로 30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 NS홈쇼핑 역시 하림의 돈줄 역할을 했다. NS홈쇼핑은 하림산업이 추진하던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에 6500억 원을 투자했다.

해운업이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하림에게는 악재다. 대표적인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800~110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5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HMM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3.8% 급감한 5424억 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하림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HMM과 팬오션이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 및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MM 노조 반발도 풀어야 할 과제다. HMM 노조는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HMM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업계 내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며 “기업결합 심사도 있고 노조와의 관계도 중요한데 하림이 안정적으로 HMM을 이끌 수 있을지는 아직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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