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철강’ 움직임에 미래 신사업 경험 있는 인물 하마평
유병옥 부사장·김준형 사장·전중선 전 사장 거론
최정우 회장, 3연임 도전 의지 강해…선임 절차 개편에 부담 낮춰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차기 회장 선임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정권이 바뀐 이래 연임 사례가 없어 최정우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조건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포스코 회장은 회사 내에서 어떤 직군을 경험했는 지가 주요 선임 조건이었다. 당시 시황과 환경에 따라 마케팅이 중시되기도 하고, 재무쪽 경험에 더 비중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포스코는 철강 사업을 벗어나 미래소재 사업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포스코의 근간인 철강 뿐만 아니라 미래소재 사업을 모두 경험한 것이 최우선 선임 조건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재계 트렌드가 세대 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1950년대생과 1960년대 초반생은 상대적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건을 적용할 때 이에 부합하는 유력 후보자로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 부사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또 아직 선례는 없지만, 포스코를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바꾼 최정우 회장도 3연임 도전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외부 후보자들도 일부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역대 사례가 없고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제외한다.

   
▲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왼쪽부터)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 부사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사진=포스코 제공


◇유병옥·김준형·전중선, 미래 친환경 사업 이끌 사람은 '바로 나'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곧바로 착수한다. 

포스코는 그동안 철강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포스코의 뿌리는 철강이지만 향후 미래를 책임질 사업은 이차전지와 수소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차기 회장 역시 단순히 철강을 경험한 인물이 아닌 이차전지와 수소 등 미래 신사업 경험을 가진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병옥 부사장은 포스코에서 스테인리스원료실장과 구매투자본부장을 역임한 뒤 2021년 수소사업부장을 맡으면서 포스코의 수소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유 부사장은 서울대 출신에 정통 포스코맨으로, 포스코 내에서 다양한 분야 직무 경험이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포스코홀딩스에서 친환경미래소재를 총괄하면서 포스코그룹의 미래 신성장 전략을 이끌 책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포스코퓨처엠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면서 이차전지 소재 관련해서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부사장이지만 이러한 경험은 세대 교체 주자로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김준형 사장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담당 부소장, 신사업 실장을 거쳐 포스코 ESM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본부장, SNNC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포스코의 미래 신사업 중 하나인 이차전지 소재 전문가라는 점에서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은 포스코ESM 사장을 지내면서 포스코그룹의 초기 양극재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SNNC의 니켈사업 역시 이차전지와 연계한 고순도니켈사업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정우 회장도 포스코케미칼에서 회장이 됐다는 점에서 계열사 보직은 더 이상 약점으로 꼽히지 않는다. 오히려 포스코의 향후 사업이 이차전지 등 미래소재 쪽으로 기울어질 것을 감안하면 장점이 크다.

현재는 포스코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포스코의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 전환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원료구매실장, 경영전략실장에 이어 포스코강판(현 포스코스틸리온) 사장을 역임했던 전중선 전 사장은 2018년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으면서 포스코로 돌아왔다. 이후 전략기획본부장과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맡았고, 포스코홀딩스 사장까지 역임했다. 

전중선 전 사장은 2018년부터 최정우 회장과 함께 현재의 포스코를 만들어왔다.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맡으며 포스코의 비철강 사업 부문을 직접 총괄했으며,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도 주도했다. 

최정우 회장이 선임된 이후 포스코강판 사장에서 1년 만에 포스코로 복귀해 사장까지 탄탄대로를 걸었을 만큼,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현재 최정우 회장의 포스코 체계를 설계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세 후보의 공통점은 포스코의 탈철강 움직임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 내에선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주요 후보로 거론하지만, 이들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경험 부족이 아쉽다. 최근 재계 내에서 불고 있는 세대 교체 바람과도 다소 동떨어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탈철강을 선언하면서 미래 신사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포스코를 주도할 사업이 미래소재 부문인 만큼 철강사업만 담당했던 인물이 차기 회장에 선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회장 3연임 가능성도 열려있어

현재 포스코 회장인 최정우 회장의 3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내에서는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의지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11일 3억 원 상당의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매입한 것이 3연임에 대한 도전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우선 심사하는 ‘셀프 연임 특혜’가 사라졌다. 하지만 현직 회장의 연임하겠다는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최 회장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 

이전까지는 연임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야 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차기 회장 후보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보에 들어가더라도 본인이 직접 회장을 하겠다고 밝힌 것인지,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이에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윤석열 대총령의 취임 이후 순방 시 경제사절단 명단에 빠지면서 ‘패싱’ 당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절단 명단 제외뿐만 아니라 대통령 행사에는 초대받지 못하고 있어 차기 회장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업계 내에서 나온다. 다만 정권 교체 이후 임기를 채운 최초의 회장이라는 점도 무시할 순 없다.

업계에서는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역대 사례를 볼 때 새로운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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