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8일 본회의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3대 국조 등 강행 처리 예고
'윤 대통령 직속 상관'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 향한 야당 공세도 불가피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여야가 '2024년도 새해 예산안' 처리라는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이른바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 도입)' , 국정조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직전까지 여야의 정쟁이 계속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21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656조9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역대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은 피했지만, '법정 시한(12월2일)을 19일이나 넘겨서야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안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총지출액은 유지하되 정부 원안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하고 대신 다른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감액은 주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과 예비비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감액분은 연구개발(R&D) 분야에 주로 투입됐다. 이에 따라 R&D 예산은 6000억원 순증됐고, 민주당 의원들의 '삭발 투쟁'까지 불러온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원 증액됐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도 민주당 요구액(7053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이 편성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여야가 예산안이라는 큰 고비는 넘었지만, 연말 정국의 최대 분수령은 28일 본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및 대장동 의혹 수사)과 국정조사 3건(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당 지도부는 "반헌법적인 악법"이라며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민심 교란용 악법인데 그걸 어떻게 받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7일 열리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대검중수부장 시절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는 점과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 부족 등을 명분으로 낙마를 벼르고 있다. 

아울러 여야가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2+2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이마저도 제자리 걸음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 정당별로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법안을 10개씩 정해 공유했는데, 아직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를 비롯해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 설치법 ▲개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특별법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서민을 대상으로 법정 이자율 초과 시 계약을 무효화하는 이자제한법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전세사기 피해자 선(先) 구제 방안을보장하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제시했다.

내년 4.10 총선이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대 진영을 향한 흠집 내기에 몰두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예산안 처리는 안 할 수 없으니까 여야가 조금씩 양보를 해서 처리를 한 거고 이제는 전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도, 이재명 대표의 전략도 기본적으로 핵심 지지층만 보고 가는 거 아닌가. 총선 전까지 (여야의)대치 강도가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예산도 기한을 넘기면서 자신들의 정쟁에 관한 법안은 예고된 대로 약속을 딱딱 지킨다"라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 등은 잠자고 있는 게 많은데, 이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정쟁에 관한 것만 예고한 대로 나간다는 건 보는 국민들로서는 당혹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치에서 대치 정국이 이어지는 건 이상한 상황은 아닌데 중요한 건 총선을 앞둔 시점까지 이어진다는 게 특이하긴 하다. 일반적으로 중도층 흡수에 신경을 쓰고 해야 하는 건데"라며 "그만큼 우리 정치가 강성화 돼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