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년 구속, 부득이한 경우…피의자 자백·반성 고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해 훼손한 임모(17)군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반면 임 군을 모방해 경복궁에 2차 낙서를 한 설모(28) 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임 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군은 지난 16일 오전 1시40분경 경복궁 영추문 등에 붉은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로 주소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 경찰 로고./사진=경찰청 제공
 

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비롯해 피의자 심문 태도와 변호인 변소(변론·소명) 내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 설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설씨는 임군의 범행 다음 날인 지난 17일 오후 10시20분경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설씨는 범행 하루만인 18일 오전 11시45분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설 씨는 “팬심 때문이고, 홍보 목적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설씨는 ‘아직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2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안 죄송하다, 나는 예술을 한 것 뿐”이라는 글을 적어 논란이 됐다.

한편 임군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 동행한 임군의 여자친구 김양(16)은 나이 등을 이유로 21일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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