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첫 페이지에 손 편지..."법무부에서의 마지막 날…행운을 빈다"
예비 고1 A 씨 "어머니와 보석십자수와 편지 보냈는데 답신 도착"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근무 마지막날인 지난 21일 예비 고1 학생에게 평소 자신이 즐겨보던 책을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2일 한 전 장관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에는 한 전 장관으로부터 손 편지가 적힌 책 '모비딕'을 선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예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A 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보니 법무부 장관실에서 온 소포가 와있어 깜짝 놀랐다"며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한 땀 한 땀 만든 새 보석십자수 작품과 진심 어린 편지 한 통을 법무부로 보냈는데 답신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A씨가 올린 사진 속에는 한 전 장관의 자필 편지도 적혀 있었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님, 정성스러운 선물 고맙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제가 오늘 법무부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건강하세요! 한동훈 올림”이라고 적혀 있다. 

A씨는 "법무부에서 마지막으로 일하신 날, 바로 어제 바쁘신 와중에도 메시지를 적어서 보내주신 것"이라며 "마지막 날에도 저를 포함한 모두를 살폈다. 장관님의 팬을 생각하는 마음, 넓게 봐서 국민을 생각한 마음에 감동했다"라고 했다. 

허먼 멜빌의 장편 소설 '모비딕'은  한 전 장관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장관 지명 당시 국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의 '하마에게 물리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과 함께 '모비딕'을 꼽았다.

책은 등장인물인 에이허브 선장이 모비딕(고래)에 다리 한쪽을 잃어 이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모비딕을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신임검사 강연에서도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소설 속 1등 항해사 스타벅의 말을 인용했다. 

한 전 장관이 '모비딕' 책을 선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한 전 장관에게 편지와 만화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 '꼬부기' 스티커를 선물하자, 답장과 모비딕 책을 선물했다.

당시 한 장관은 자필 편지에서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책인데 지금 읽으면 틀림없이 지루할 것"이라며 "1851년에 나온 책이고, 172년을 살아남은 책이니 서두르지 말고 나중에 손에 잡힐 때 한번 읽어 보라"고 했다. 

한편 한 전 장관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하면서 사의를 표했다. 한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 후 비대위원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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