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회계사·변호사…국회의원 증원 논란도 결국 밥그릇 지키기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최근 대우건설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로 대우건설은 20억 원,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과징금 10억 원을 부과받았다. 삼일·삼정·한영회계법인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외부감사 절차가 소홀 및 부실의 지적을 받아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0년부터 3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감사의견으로 '적정'과 계속기업으로서 불확실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미해당'한다고 제시했다. 결국 분식회계와 부실회계로 회계법인 빅4, 삼일·안진·삼정·한영 회계법인들에게 투자자들은 외부감사하면서 뭐했는지 모르겠다며 회계법인들이 잘못된 정보을 제공해서 손실을 봤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다.

기업회계감사 적절성 부문 최하위권에 머무는

실제 회계법인 빅4, 삼일·안진·삼정·한영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27개사에 대한 감사의견 중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은 단 1 건도 없었다. 빅 4는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감사해 왔지만 과징금에 집단소송등의 부메랑을 맞아야 할 형국이다.

하지만 회계법인은 억울해 한다. 회계사들이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감사하기 때문에 작정하고 속이면 찾아낼 수도 없고 원 자료가 엉망이면 결과도 잘못 나온다고 토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의 기업 회계감사 적절성 부문에서 61개국 중 60위를 차지하는 등 회계부문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잉인력 포화상태인 전문직

이번 회계법인들의 행태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비싼 양복에 고급 세단을 몰고, 고액연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 소위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문직들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전문직이 되기 위해서 밤낮으로 도서관에서 시험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벌써 개업은 했지만 맡을 사건이 없어서 휴업 상태인 개변휴업인 경우가 많다. 서울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매달 5만원인 협회비조차 1년 이상 밀린 변호사가 100여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평균 수임건수가 3.2건수에서 1.8건수까지 줄었고, 건당 500만원이 넘었던 수임료도 200만원까지 줄었다. 심지어 연수입 2400만원 이하 변호사가 600여명이 넘는다.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법조인력이 가세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졌다.
변호사나 회계사가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5천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배 이상 증가한 해 곧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무사와 관세사도 지난 10년 전과 비교하면 이미 포화 상태다.

   
▲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한 박기춘 의원./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정의보다는 밥그릇에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 졌다. 회계사들은 기업에게 굽신거려서 일거리를 따야 하고, 많은 젊은 변호사들은 법정보다는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떼지어 출연해 정치평론을 하고 있다. 회계사들은 밥줄 때문에 봐주기 감사가 될 수밖에 없고, 변호사들은 얼굴을 알려야지 작은 사건이라도 의뢰가 들어오는 현실이니 정의감이 넘치는 회계사나 변호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규 인력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한다고 하면서 최소선발 인원 방식으로 회계사와 세무사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합격자를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보겠다는 정치권

그럼 이제 정치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거대 정당이 대부분의 지역구를 나눠 쥐고 있는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꽤 호응을 얻고 있다.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 절대 다수당이 생기기 어렵고 작은 정당도 원내 진입이 수월해지면서 저절로 사표도 줄어들고 소수 의견도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무능과 부패가 가득한 국회를 만들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늘릴 것을 제안한 것은 오직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을 국회입성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다부히 보인다. 비례대표는 겉보기에는 전문성을 가진 참심한 인물이 선출될 수 있다고 포장되어 있지만 당 대표를 잘 따르고 정치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강한 인물을 쉽게 국회에 입성시킬 수 있다.

일부 애국세력들은 자신들의 국회 입성을 용이해 질 수 있다는 생각에 비례대표제 늘리기에 찬성하고 있다. 그것은 착각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어려운 구조로 만드는 것이 비례대표제 늘리기이다. 오히려 당 대표에게 줄 서기 하지 않으면 어렵고, 줄 서기 위해서는 표값을 두둑히 준비해야 하고 암표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정치권 무능과 대립은 시급히 해결해야

KBS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이 40.7%로 가장 많았고 부정부패가 34.7%, 사회 양극화 29.2%, 실업과 취업난 28.2%, 저출산과 고령화 22.5% 순이었다.

전 자유경제원장을 역임했던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달 개최된 범자유주의연석회의에서 늘 사악한 정치가 범보다 무섭다면 부패한 정치는 국가를 썩게 하고 무능한 정치는 온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서 정직은 물론 정의감도 없는 자들이 사익에 눈 멀어 정치를 하게 된다면 비극이 아니고 무엇인가 말인가?

최근 심학봉 의원의 성추행, 박기춘 의원의 뇌물수수, 윤후덕 의원의 딸 채용특혜 등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유능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정치인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국회의원 명부를 쳐다 보았지만...오히려 더 심란하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