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모두 특수선 부문 육성 전략 펼쳐
올해는 한화오션이 수주 따내면서 판정승
향후 KDDX·해외·무인함 등에서도 수주 경쟁 예상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특수선 부문을 놓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는 한화오션이 울산급 배치-III 5·6번함과 장보고III 배치(Batch)-II 잠수함 3번함 수주를 따내면서 경쟁에서 앞서 나갔지만 내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을 놓고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수출도 늘려나갈 계획인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한화오션이 건조하게 된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모형./사진=한화오션 제공


◇HD현대·한화오션, 특수선 수주 맞붙어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은 특수선 부문에서 약 2조2000억 원을 수주했다. 지난해 특수선 부문 수주액 5400억 원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7917억 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Batch)-III 5·6번함 건조사업과 이달 들어 1조1020억 원 규모의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을 따내면서 수주 실적을 끌어올렸다. 

한화오션은 올해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특수선 부문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도 특수선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은 불가피했다.

올해 경쟁에서는 한화오션이 판정승을 거뒀다. 한화오션이 특수선 부문에서 목표했던 수주를 모두 따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도 수주에 나섰지만 과거 회사 직원이 군사기밀을 촬영하면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로 인해 보안 감점 1.8점이 적용되면서 수주에 실패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특수선 수주의 경우 1점 미만에서 수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1.8점 감점은 HD현대중공업에게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기술력에서 앞서더라도 감점으로 인해 수주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KDDX 사업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하는 것으로 규모만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 사업의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를 맡았다. 내년에는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대한 수주가 이뤄진다.

양사는 특수선 부문 육성을 목표로 모두 내걸었기 때문에 대규모인 KDDX 사업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3년간 벌점이 적용되고 있어 기술력을 통해 수주를 따낸다는 방침이다. 

   
▲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원해경비함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해외서도 경쟁…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도전장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해외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두 곳 모두 해외에서도 특수선 부문 수주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는 특수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수출하는 계약을 따낸 경험을 살려 수주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를 주요 타깃으로 정하고 현재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는 해외는 국내와 달리 벌점 영향이 없고 기술력을 통해서만 경쟁할 수 있어 HD현대중공업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해외에서 수주를 늘려나간다는 전략은 마찬가지다. 특히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캐나다 해군은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 규모는 최대 80조 원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벌점을 받아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에서 수주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선 기술력을 내세운다면 해외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를 적용한 상륙작전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미래 무인함을 놓고도 경쟁 예상

양사는 향후에는 무인함을 놓고도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해군은 지난해 ‘네이비 씨 고스트’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이비 씨 고스트는 유인체계와 무인수상정·무인잠수정·무인항공기 등이 조화된 전력이다. 무인전력·지휘통제함에서 발진한 다수의 무인 전력들이 주어진 임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완전 자율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최종 목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무인함 개발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도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을 개발 중이다.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은 무인수상정·무인잠수정·무인항공기 등을 활용해 해상과 수중, 공중에서 무인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이다. 올해 6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처음으로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을 개발 중이다. 또 자체 기술 투자를 통해 다수 무인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함정을 개발하고 있다. 

해군은 2020년대 중반부터 정찰용 무인수상정 개발에 나설 예정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무인함 부문에서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군이 단계적으로 무인전력을 확보할 계획인 만큼 미래에는 무인함 관련해서도 수주가 나올 것”이라며 “무인함 수주가 진행될 때에는 벌점 관련 이슈는 사라지는 만큼 기술력을 통해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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