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대응 성공적, 공급망 탈중국 속도 내야…미국 대선 '변수'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LFP배터리 발빠른 상용화 '과제'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올 한해 K-배터리는 발전을 이어가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쉬어가는 모양새다. 일년 내내 공급망 이슈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전기차 수요가 다소 둔화하고 중국산 LFP배터리의 도전도 거셌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질적 성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양적 성장이 다소 느려진 가운데 LFP 배터리 대응 등 수익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등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 IRA 대응 성공적…실적도 선방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대외여건 악회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IRA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연착륙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 전기차 내부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누적 실적에서 매출 25조7441억 원, 영업이익 1조825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이미 작년 실적을 뛰어 넘는 수치다.

삼성SDI는 3분기까지 매출 17조143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3216억 원으로 0.3% 소폭 늘었다.

SK온은 3분기까지 56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영업손실 1조726억 원의 약 3분의1 수준으로 손실을 줄였다. 이르면 내년 1분기 흑자 전환이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사의 실적 상승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 적용된 미국 IRA 수혜 덕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각각 4267억 원, 3769억 원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가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올해 남은 4분기 AMPC 수혜분까지 합하면 두 기업의 AMPC 금액은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 전기차 수요 둔화…중국 도전은 과제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산 LFP배터리의 인기는 K-배터리에 도전과제로 남게 됐다.

하반기 들어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수요도 과거와 같은 수요 폭증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 전기차 충전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국내 업체를 포함해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합작 공장 건설이 연기되는 등 배터리 업계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금까지 벌크 확대에 올인했던 전략을 수정해 수요에 맞는 생산 흐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산 LFP배터리의 도전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들어 중국CATL은 비중국 시장에서도 LFP배터리를 앞세워 그간 비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던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았다.

K-배터리 3사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 합산은 여전히 중국 CATL을 앞서지만 중국 내수용으로만 치부하던 CATL이 유럽·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 말쯤 LFP배터리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기술 개발과 생산라인 정비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FP배터리 생산 기술개발이 어려운 것이 아닌 만큼 상용화를 시작하면 중국산 LFP배터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내년, 주도권 분기점…IRA 선대응·제품 다각화 진도 내야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K-배터리는 다가오는 새해에 적지 않은 과제를 받아들었다.

우선 IRA 연착륙을 발판으로 더욱 적극적인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야 하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저가 보급형 배터리 개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수혜 40개 모델 가운데 72%에 달하는 29개 모델이 K배터리를 채택했다.

   
▲ 지난 3월 인터배터리2023에 참가한 배터리3사 부스./사진=조성준 기자


북미 시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래에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을 판가름할 수 있는 무대로 성장할 것이 유력하다.

따라서 중국에 의존했던 배터리 소재, 핵심광물 공급 루트를 변화시켜 다양한 국가로 공급처를 확대하는 한편 소재의 직접 생산, 광물 채굴권 확보 등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주문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수행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고분자계 전고체전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리튬금속전지, 리튬황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전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SDI는 특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면서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차세대 전지 개발 양상에 따라 수 년 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재편될 것이 유력하다. 따라서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은 내년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고품질화, 저가 보급형으로 인식되는 LFP배터리 개발 등 배터리 제품군 다각화가 내년에 본격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내년 미국 대선도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를 공약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강화를 시사하고 있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IRA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가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을 미리 염두하고 사업방향을 짜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