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기업인 특별사면을 두고 재계가 뒤숭숭하다. 이제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절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산업부 김세헌기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에 국민적 힘을 모으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기업인 사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힘을 쏟았다. 사면 기업인에게는 국민의 비판 여론을 새겨듣고 경제활성화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재계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업인 포함한 경제주체들에 대한 큰 폭의 사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애초 예상보다 소폭의 규모에 그쳐 크게 아쉽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면의 명과 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으며, 그 중심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습이 대비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사면의 스포트 라이트는 단연 최태원 회장에게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사면으로 2년 7개월의 수감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최태원 회장은 출소하자마자 한시의 머뭇거림 없이 그간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SK그룹 역시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성장과 경제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는 등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는 물론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분야에서도 빠른 시일 내 투자방안이 마련돼 사업성장에 이미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감마저 팽배한 게 사실이다.

반면 김승연 회장의 사면 불발을 맞은 한화그룹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근심으로 가득해 보인다. 지난 과오를 간과해선 안 되지만 지금처럼 기업투자와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승연 회장의 발목을 계속 잡아서는 매우 곤란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1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아 10개월 만인 그해 12월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이후 김승연 회장은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특유의 결정력을 보여줬다. 최근엔 재계 순위에서 앞섰던 롯데와 SK그룹뿐만 아니라 유통대기업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신성장동력인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손을 넣어 과감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 심사과정에서 짧은 기간 제주공항 면세점의 흑자 달성을 기록한 갤러리아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과감한 베팅을 시도했으며, 유치 과정 중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공적인 과업에도 불구하고 김승연 회장은 이번 사면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이미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법조계의 분석이다.

   
▲ 정부는 최근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총 6527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했다. 경제인 중에서도 최근 6개월 내에 형이 확정됐거나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5년 이내에 특별사면을 받았던 자 등은 제외됐다. 이런 원칙에 따라 경제인 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로비. / 연합뉴스

김승연 회장의 사면에 고배를 마신 한화그룹은 말그대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물론 재계 역시 김승연 회장이 이번에 사면돼 ㈜한화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직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사실상 경영현장을 맴돌고 있는 상태다. 현행법상 오는 2021년까지 계열사 등기 임원 재직 등 완전한 경영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승연 회장의 사면 불발로 인해 한화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기피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6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난 김승연 회장은 공식적인 대표권이 없으며 해외출장도 어려워 자유롭지 못한 몸이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핵심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어서 재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북미 태양광 시장 진출, 국내외 태양광 셀 생산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이 난항에 직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기업인 사면 규모에 실망한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과 같이 이번 사면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인에게도 빠른 시일 내에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비정상적인 경영 참여로 인해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경제성장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수 불경기, 청년고용 문제 등 우리 경제에 산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기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살리기 국정기조에 맞춰 기업인에게 다시 한번 기회의 사다리는 놓아줘야 한다는 여론과 재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