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 품어…적의 드러내는 자 상대하기 수월”
‘민족’ 빼고 무력통일 선언한 김정은 ‘대남공작’ 강화한 심리전 펼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우리민족끼리’ 대남노선 청산을 선언한 이후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일 남한의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하는 담화를 냈다.

심야 발표로 다소 즉흥적인 느낌을 주는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안보를 통째로 말아먹었다”고 평가하며,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대단히 공헌했다. 특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며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런저런 제약을 조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여정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에겐 핵과 미사일 발사시험 금지를 간청하고, 돌아서서 미국산 F-35A를 수십대 반입하고 여러척의 잠수함을 취역시켰으며, 미사일 사거리 제한조치의 완전한 철폐를 실현시켰다”고 언급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보다 상대에 대한 적의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우직하고 미련한 자를 대상하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은가”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누구에게 겁을 준다고 미국의 핵항공모함이며 핵잠수함, 핵전략폭격기들을 숨가쁘게 끌어들인 덕에 우리는 명분 당당하고 실효성 있게 군사력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평양의 야간 전경 사진을 싣고 “새해를 앞둔 수도의 거리에 행복의 불빛이 흐른다”고 보도했다. 2023.12.31./사진=뉴스1

또 “자기의 행동, 내뱉는 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조차 아무 걱정이 없는 《용감한 대통령》이 출현한 것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아무튼 우리에게는 더 없는 호기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여정 담화에 대해 전형적인 북한의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대남전략은 군사 수단을 활용한 ‘공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부도 대남 전략에서 ‘민족’을 빼기로 한 김정은이 남한을 전쟁 중인 ‘교전국’으로 정의한 것에 따라 노선 변경에 맞춘 심리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는 윤석열정부의 대미·대북정책이 자신들의 핵무력 증강을 촉진시켜 오히려 안보불안감만 증폭시킨 가짜 안보정책으로 평가했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고조시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속내이며, 자기들의 핵무력 증강 일변도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명분도 확보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여정의 담화는 우리사회의 분열을 의도한 갈라치기식 전술”이라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을 간접적으로 분리하고,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비교했다”고 평가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김여정 댐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민주당과 보수당을 싸잡아 비난한 연말 전원회의 발언의 연장선으로 현재 긴장고조의 책임을 윤석열정부에 전가하는 명분쌓기”라며 “북한은 남측 상대가 누가 되든 대화의 문턱을 높이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대선,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에 대비해 체급을 계속 키워나가겠다는 속내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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