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하락에 시중은행 4%대 예금 실종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사이 19조원 가까이 감소한 반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에 17조원 이상이 몰리면서 자금의 이동에 관심이 쏠린다.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수신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재예치보다 투자처를 찾기 위해 잠시 묻어두는 요구불예금으로 돈을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사이 19조원 가까이 감소한 반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에 17조원 이상이 몰리면서 자금의 이동에 관심이 쏠린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예적금 잔액은 895조1589억원으로 전월(913조8633억원) 대비 18조7044억원 감소했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15조3301억원으로 전월 대비 17조143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으로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정기예금이 줄어든 반면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은행 수신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 예금에 재예치하기보다 투자를 위해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도록 요구불예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한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5.5%로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금리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 중간값은 4.6%다. 이는 현재 금리에서 0.25%포인트씩 3번 인하한 수준으로 시장에선 이르면 올해 3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이라는 견해를 공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국내외 기관에서도 전망이 엇갈리지만, 이르면 2분기부터 4분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 수신금리에도 이같은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달 29일 현재 연 3.71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16일 연 3.699% 이후 최저치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28일 연 4.028%를 기록한 이후 거듭 하락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4%대 수신상품은 자취를 감췄으며 12개월 기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3.70%~3.90%대에 형성돼 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등의 최고금리가 각각 연 3.70%이며,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75%다. 신한은행의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0%로 5대 은행 중 가장 금리가 높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