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국 ‘반도체’…반도체 뺀 한국경제 상상 불가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국가적 지원은 여전히 숙제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대표하는 동물 용은 12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생물이다. 올해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2024년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는 승천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지만, 나쁜 선택을 할 경우 연초의 모든 희망은 한낱 가상의 꿈으로 흩어져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를 조망해 보면 상‧하반기에 각각 거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4월의 한국 총선과 11월의 미국 대선이다. 두 가지 정치 이벤트는 올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확실한 불확실성(certain uncertainty)’이다.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 아직은 감조차 잡을 수 없지만,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선거 전까지 매복돼 있던 문제들이 개표 결과와 함께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올 한 해의 경제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역시 1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전쟁, 선거, 경제 경착륙 등 위험 요인이 많아 예상치 못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은 금융·건설·산업 등 분야별로 한국경제를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지난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이었다는 점만으로도 그 위상은 짐작된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도모하고 있는 양사는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대다수의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가가치 역시 어마어마하다. 고용 창출은 물론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한국 경제의 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사진=대통령실 제공


다만 반도체를 놓고 둘러싼 미‧중 간 갈등, 인재 확보 문제, 국가 차원의 전 방위적 지원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반도체, 시작은 미약했으나 창대한 미래 보여주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금성사와 아남 산업이 반도체 조립을 처음 시작했고, 1974년 10월 삼성 반도체 통신 주식회사의 전신인 한국 반도체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전신인 삼성전자 공업은 1983년 연구 개발에 착수했고, 그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RAM을 개발했다. 이는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첫 걸음이 됐다. 

이외에도 1980년대에는 현대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에 진출한 시기이기도 하다. 1990년대에는 SK하이닉스, 현대이피, 동부하이텍 등의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2000년대에 국내 반도체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나간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후 4M, 16M, 64M, 256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로 성장하게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 사업보국 ‘반도체’…반도체 뺀 한국경제 상상 불가능

반도체는 AI, IoT, 자동차, 바이오, 항공우주, 에너지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한국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세계 2위고, 메모리반도체는 1위다. 특히 생산능력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의 21%를 보유하며 2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는 2013년 이후 한국 수출 1위 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도체 산업은 GDP 비중 약 8%를 차지하고 있고, 제조업 총 생산액의 약 10%를 담당하며 국가 경제를 선도 중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장기화 된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업황 둔화가 가시화 됐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은 감소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이 20% 이상 증가했고,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다시 한번 반도체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12월 110억3000만 달러(약 14조3000억 원)어치 제품을 수출해 월간 기준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022년) 같은 기간 대비 21.8% 증가한 것으로, 작년 11월보다도 15%가량 상승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전체 무역수지는 44억8000만 달러 흑자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 반도체,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국가적 지원은 여전히 숙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를 따돌리기 위한 ‘초격차’ 유지를 위한 경쟁력 확보는 늘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자국우선주의까지 겹쳐 미국을 포함한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도 내년 말 종료되는 국가 전략 기술 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검토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행 국가 전략 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은 15%(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서는 30∼5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제도 적용 기한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지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24년 반도체 등이 포함된 국가 전략 기술 세액공제 제도 연장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