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자구책으로 보여…손실 채권단이 떠안아"
"11일 아닌 주말까지 채권단 설득할만한 방안 필요"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제시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안에 대해 “남의 뼈를 깎는 노력, 오너일가 자구계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거칠게 비판하며 주말까지 채권단을 설득할만한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대안이 필요한데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등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 요건부터 지켜지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자회사 매각대금 등 자금이 총수 재산의 핵심인 TY홀딩스 지분을 지키는데 쓰이면서 채권단에서는 오너일가 자구계획으로 보고 있다”며 “오너일가의 유동자산은 단돈 1원도 포함이 안 됐다. 부동산 호황기 태영건설에서 시공·시행을 도맡아 하면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이 총수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는데 부동산 다운턴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는데 남의 뼈를 깎는 노력 아닌가하는 대주단의 의심에 대해 당국 입장에서도 수긍이 간다”면서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신규 자금 투입 등 재무적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대주단 입장에서 자구노력에 신뢰가 있어야하지 않겠나. 당국이 워크아웃에 대해 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매우 부족하다는 입장은 명확하다. 태영 측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자금 수주 계획을 진실성 있게 제시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향후 어느 정도 유동성을 공급하면 되는지 설명해줘야 워크아웃 진행이 가능할 것”이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신뢰 축적이 어렵다”며 “외담대를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담대가 망가지면 앞으로 채권 형태의 자금 유통이 불가능해진다. 워크아웃의 대전제인 신뢰를 첫 시작 단추부터 무너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원하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오너일가에 자금을 소진한 거 아닌가하는 의심도 든다”며 “매각자금도 개인 보유와 회사 보유가 있는데 그나마도 회사자금만 쓰고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매각에 대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필요한 급한 채무변제에 매각 자금을 먼저 쓰고 남는 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에코비트의 경우 건실한 기업으로 매각이 잘 추진되면 의미있는 금액이 나올 수 있지만 기타 대주주가 있는데다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지 의문으로 자금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전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 원장은 “SBS 지분 매각 관련 방송법상 제약이 있다는 태영 측의 설명에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TY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오는 11일 열릴 채권단 협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주말까지는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시한이 11일인데 당일에는 이런저런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무조건 동의해달라할 수는 없다”며 “주체권은행인 산은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이전에 제시돼야 산은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 주말을 넘기면 산은에서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