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행처리 vs 尹 거부권 충돌…민주당, 권한쟁의심판 검토
대통령실 "특검법안, 총선용 여론조작-이재명 방탄이 목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 일명 '쌍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오는 4월 10일 총선까지 정국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이 쌍특검법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50억 클럽 특검법)을 말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벌써 5번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 제정안(19일),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22일)에 이어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지 8일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자,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이는 자유를 파괴하려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이날 밝힌 입장은 강경하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강행 처리한 시점과 그 목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고 나섰다.

   
▲ 윤석열 대통령(우측)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관섭 비서실장은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심의 결과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하였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하여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 민주당의 집권을 바라고 지지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하여 친야 성향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우려한 특검법안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친야 성향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 검사에 대한 망신 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명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불리우는 도이치모터스 특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똑같은 입장이다.

이 실장은 사건의 시점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 간 탈탈 털어 기소는 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 함으로써 재판 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 조작 등 50억 클럽 특검 법안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결혼하기 10년 전에 있었던 일인만큼, 이 사건에 권력형 비리가 개입될 여지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밝힌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이 밝힌 거부권 행사의 명분은 '대통령의 책무'다.

이 실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 가치는 다수당의 전횡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민주당의 향후 방침은 대대적인 공세를 통한 '지연 전략'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권한쟁의 심판대상 적격성 여부에 대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실제 심판 청구 결정은 그 다음에 내린다.

또한 민주당은 설 연휴 후 2월에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2월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맞물려 여야 간 선거제 협상 및 이번 총선시 선거구 획정 처리 시점도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