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철도·산림·에너지협력 등 협력 이슈 재조명 가능성"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국가 결정 감축목표(NDC)의 11.5%를 국외감축분으로 설정해 대규모 국외감축량 확보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협정 당사국인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남북 기후변화 협력 매커니즘./사진=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NDC상 국외 감축 목표를 별도로 높게 설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데, 남북 모두 파리협정 당사국으로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국제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남북 상호 협력 필요성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UNFCCC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탄소시장에 관한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이 합의되면서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규율하는 국제규범 근간이 마련됐다. 즉, 당사국들이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외감축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COP26 폐회 직후 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새로운 NDC7에 따르면 2030년까지 새로운 NDC의 11.5%에 해당하는 3350만 톤(t)의 온실가스를 다른 국가와의 거래를 통해 국외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상 NDC 목표 제고를 위해서는 이같이 국외 감축 목표를 별도 설정해 그 비중을 높일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북한과 여러 매커니즘을 통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하나의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인정되고 있는 만큼,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가 간 배출권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협력 프레임워크는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실적 거래에 관한 ‘시장 메커니즘’(제6조제2항 및 제4항)과 국가 간 협력은 하되 감축 실적 이전이 수반되지 않는 ‘비시장 메커니즘’(제6조제8항)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협정 제6조에 따른 비정치적·비군사적 국가 간 협력 메커니즘은 남과 북 양측이 호혜적인 협력방안 마련에 나서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고, 이 경우 남북 간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정체돼 있던 남북 간 철도·산림·에너지협력과 같은 협력 이슈가 재조명될 여지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파리협정 제6조제2항 또는 제6조제4항 메커니즘을 활용해 북한에서 획득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국내로 이전해 우리나라의 국가 NDC상 국외감축목표 달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6조제2항 메커니즘은 우리가 북한에 저탄소 투자를 하면서 양자 간 합의로 다양한 메커니즘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남북 모두 이중계상 방지와 경건전성 보장, 파리협정상 투명성 체계에 따른 보고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저탄소 교통과 수송이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 철도협력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우선적인 남북협력 대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유럽까지의 대륙횡단 여객·물류 연결이라는 잠재적 사업성도 있다는 점을 꼽았다. 

북한이 2019년 9월 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NDC에서 산림녹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 따라 산림녹화를 우선적인 남북협력 대상으로 꼽을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북한 내 재생에너지 지원을 통해 북한에 저탄소 에너지 체계 구축을 지원하거나 몽골과 같이 태양광, 풍력 등이 풍부한 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동시키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남북협력 사업들이 파리협정 제6조제2항에 따른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실현된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가 필요한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로 소요 재원도 원활히 조달·투자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향후 당사국들의 국외감축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남과 북이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시장 메커니즘 등을 통해 상호 협력할 경우 그 어느 국가 간 협력보다 서로의 NDC 달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리협정 제6조 세부이행규칙을 반영해 제6조제4항 메커니즘보다 유연하면서 국가 또는 준국가 단위의 다양한 협력활동에 활용될 수 있는 제6조제2항 메커니즘에 관한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의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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