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장·새전략, 난국 정면돌파

[미디어펜=김태우기자]올 7월까지 내수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미하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9개 모델 중 27개 모델의 판매량이 지난해 보다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레저문화의 보급으로 RV차량의 수요가 많아지며 세단과 RV차량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 (위쪽부터 반시계방향)현대자동차의 에쿠스와 제네시스, 기아자동차의 더 뉴 K9/현대자동차
내수시장에서 세단 차량들이 난항을 격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만은 조금 여유로운 모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7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싸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가 판매한 차량은 총 71만4015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가량 증가했지만 세단은 거의 모든 차종 판매가 줄었고 늘어난 것은 RV차량만 이었다.

현대차 ‘LF소나타’는 5만8694대 팔려 판매량이 9.5%, 기아자동차 ‘모닝’은 4만9987대 팔려 7.0% 감소했다. 한국GM ‘크루즈’(1만202대)는 4.7% 줄었다. 판매량이 증가한 승용차는 르노삼성차 ‘SM5’와 ‘SM7’밖에 없었다.

반면 RV는 5개사 19개 모델 중 8개가 판매량이 늘었다. 기아차 ‘쏘렌토’는 1∼7월 4만5198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0.8%, ‘카니발’은 3만9821대로 92.7% 각각 늘었다.

전반적인 세단 차종들의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전략과 새로운 시장공략으로 난항 극복을 위한 정면돌파를 선언한 업체가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달 미국 최고급 차종인 대형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렉서스를 제치고 벤츠와 BMW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에쿠스와 기아차 K9은 7월 미국 프리미엄 럭셔리(Premium Luxury) 세단 시장에서 모두 654대가 팔려 631대에 그친 렉서스를 누르고 전체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 기준 점유율도 10.6%를 기록했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누적 판매량 기준 6위권에 머물던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단숨에 3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7월 미국시장의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판매량 1‧2위를 차지 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S클래스 1414대)와 BMW(7시리즈 916대)가 각각 차지했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대형세단 판매 증가는 정의선부회장의 지시로 K9에 도입된 파격 금융상품이 일조 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아차는 미국 판촉 활동의 이로한으로 7월과 8월 K9의 선수금 없는 리스상품을 도입했다.

고객 입장에선 선수금 부담이 없는 대신 월납입금이 다소 증가하긴 했지만 기존에 부담하던 선수금의 일부를 할인받는 셈이어서 법인리스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상반기 월평균 118대에 물과했던 K9이 지난 달만 480대가 판매되며 기존 모델노후화로 인기가 한풀 꺾인 에쿠스의 빈자리를 매웠다.

K9은 지난달 미국자동차전문 컨설팅 조사회사인 오토퍼시픽이 발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런 기세는 현대차의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미드럭셔리세단 시장에서 떠오르는 핫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미국시장에서만 전년 동기대비 59.1%가 성장한 1만5476대가 판매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2위에 이름을 올린 벤츠의 E클래스(2만7146대)와 BMW 5시리즈(2만5767대)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시장 점유율 또한 전년 동기 6.2%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한 11.5%로 상승했다.

이 처럼 미국시장에서의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럭셔리 세단들은 지난해 1만2759대를 판매하며 6.6%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4.0%포인트 급등한 10.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더불어 곧 출시를 앞둔 신형 에쿠스의 등장으로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럭셔리세단 선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관계자는 “제품의 경쟁력에 새로운 금융상품의 도입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겸비하게된 현대‧기아차의 럭셔리세단들이 본격적인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던 정의선 부회장의 신의 한수가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