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스코 누르고 5년 연속 정비사업 1위
초반 포스코 독주…현대 막판 스퍼트에 무릎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치열했던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왕좌 경쟁이 막을 내렸다. 초반 포스코이앤씨의 독주 체제로 굳혀지는 듯했던 선두 싸움은 현대건설이 4분기부터 치고 올라오면서 재점화됐다. 결국 막판 스퍼트로 기세를 올린 현대건설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5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단위=억 원) 추이./자료=각 사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30일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사업장으로 총공사비 6463억 원 중 현대건설 지분은 2908억 원(45%)이다.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 수주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6121억 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4조5988억 원을 기록한 포스코이앤씨를 133억 원 차로 제쳤다.

현대건설의 선두 등극은 극적이었다. 상반기까지 현대건설 정비사업 수주액은 1조5802억 원이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에만 2조3144억 원을 수주하며 유일하게 2조 원을 넘겼다.

1월에는 양사 모두 2건씩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일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3423억 원)과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2433억 원), 포스코이앤씨는 방배 신동아아파트 재건축(3746억 원)과 평촌 초원세경아파트 리모델링(2446억 원) 등 각각 5856억 원, 6192억 원을 따냈다.

2월부터 포스코이앤씨가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이 2월 구미 형곡4주공 재건축(2236억 원) 1건만을 수주한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신당제8구역 재개발(3746억 원), 해운대 상록아파트 리모델링(3889억 원) 등 2건을 따내 누적 1조3827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양사 모두 쉬어간 3월 이후 4월에도 포스코이앤씨의 기세가 돋보였다. 현대건설이 7710억 원 규모 울산중구B-04 재개발을 따냈지만, 포스코이앤씨가 대전 도마·변동2구역 재개발(1639억 원), 평촌 롯데3차 리모델링(2517억 원), 평촌 현대4차 리모델링(2623억 원) 등 3건을 수주하며 6779억 원 수주고를 올렸다.

이후 포스코이앤씨가 6월 송파 거여4단지 리모델링(2538억 원)을 추가로 수주하면서 2분기에만 수주액 9317억 원을 올려 상반기 누적 2조3144억 원이 됐다.

상반기에만 2조 원을 넘긴 포스코이앤씨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7월 부산 부민2구역 재개발(1959억 원) 수주에 이어 9월 광진구 중곡아파트 공공재건축(1276억 원), 시흥 목감2 재개발(2553억 원) 등 사업지를 연이어 따내며 3분기에만 1조1279억 원 수주고를 올렸다. 누적 수주액은 3조4423억 원이 됐다.

반면 현대건설은 5월부터 시작해 3분기에도 수주 ‘제로(0)’에 그쳤다. 포스코이앤씨가 5~9월 1조3817억 원을 쓸어담는 동안 수주고를 올리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와 격차는 2조 원 이상 벌어졌다.

그러나 반전은 4분기에 일어났다. 현대건설이 10월 청주 사모2구역 재개발(3024억 원)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주고가 가동됐다.

현대건설은 11월에만 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5050억 원), 군포 산본1동1지구 재개발(6337억 원) 등 총 1조1387억 원을 수주했다.

12월은 더욱 뜨거웠다. 안양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을 비롯해 응봉1 주택재건축(2599억 원), 한가람세경 리모델링(4797억 원), 부산 초량2구역 재개발(5600억 원) 등 사업지 3곳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며 도합 1조5904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4분기 수주액은 3조315억 원으로 전체 정비사업 수주액의 65.7%에 달한다. 한 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4분기에 가져온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도 걸음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10월 강북3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재개발(3713억 원), 성북2구역 재개발(1485억 원), 광주 양동3구역 재개발(3537억 원) 등 총 3건, 8735억 원을 수주했다.

특히 12월에는 심혈을 기울였던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2830억 원)을 따내며 누적 수주액 4조5988억 원을 달성, 창사 이래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눈앞에 뒀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안양 평촌 공작부영 리모델링 수주에 성공하면서 새해를 이틀 남기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머쥐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5년 연속 정비사업 1위를 달성하게 됐다.

양사는 공교롭게도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은 주인공들이다. 하반기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며 도시정비사업 선두와 자존심 싸움을 동시에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 제동을 걸면서 승패 결정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묘한 인연으로 엮인 두 건설사가 올해는 정비사업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