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부동산PF 직격탄…키움증권 1000억대 영업손실 예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도 실적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작년 증시 거래대금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악재를 마주한 국내 증권사들이 전년 대비 크게 부진한 실적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소위 ‘1조 클럽’ 사례는 전무할 것으로 관측된다.

   
▲ 작년도 실적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작년 증시 거래대금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악재를 마주한 국내 증권사들이 전년 대비 크게 부진한 실적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김상문 기자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작년 성적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7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414억원으로 관측됐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4분기(5086억원)보다는 45.8% 늘어난 수준이지만 ‘1분기 전’인 2023년 3분기(1조1812억원) 대비로는 37.2% 급감한 수준이다.

심지어 대규모 영업손실 사례도 눈에 띈다. 작년 10월 이른바 ‘영풍제지 사태’ 여파로 미수금 관련 손실 약 4300억원을 반영한 키움증권은 작년 4분기에만 10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전 분기 대비 약 20% 안팎의 실적감소 가능성이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1557억원, 1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쪼그라든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역시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1720억원으로 전 분기 20% 가까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NH투자증권 영업이익 추정치는 1623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7% 늘어나며 구별된 흐름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1865억원)과 대신증권(460억원) 역시 각각 전 분기 대비 8∼9% 수준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권 전체적으로 보면 실적부진 흐름은 명확해 보인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작년 실적 기준으로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회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업계에선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사상 최초로 1조 클럽에 입성했고, 2021년엔 5대 증권사 중 4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그러더니 2022년엔 메리츠증권이 유일하게 1조 클럽을 달성했고, 작년엔 다시 ‘제로’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업계 내에선 어느 정도 예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권사들의 실적과 연계되는 증시 거래대금이 부진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000억원 수준으로 직전 3분기 대비 거의 3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부동산PF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실체가 있는 위기가 터진 것은 아닐지라도 작년 4분기 실적에 부동산PF 관련 충당금을 인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들의 경우 태영건설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또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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