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채권단협의회 투표서 75% 동의 넘겨
채권행사 유예…4월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유동성 위기에 휩쓸렸던 태영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태영건설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열린 제1차 채권단협의회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약 2주 만이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 75% 동의를 얻어야 개시된다. 투표가 이날 자정까지 진행돼 최종 집계 결과는 다음 날인 12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미 개시 조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개시가 합의됨에 따라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최대 4개월을 부여하고 해당 기간 동안 회계법인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은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안 등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재출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 수립 후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를 통해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까지 태영건설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 3일 채권단을 대상으로 열린 첫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담보 제공 또는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며 “염치 없지만 간곡히 도움을 요청드린다.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일부가 지주사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된 점을 비롯해 사재출연, SBS 등 오너 일가 자산이 자구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받으면서 채권단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금융당국과 정부 또한 ‘남의 뼈를 깎으면 안된다’며 태영건설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결국 지난 9일 윤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주사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태는 누그러졌다.

산업은행 또한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다만 워크아웃 플랜 제출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점을 비롯해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산업은행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채무 등이 발견될 경우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채권단 합의가 불발될 수 있다. 이 경우 워크아웃은 종료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금융채권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돼 협력사, 수분양자 등으로 피해가 번질 우려가 생긴다.

한편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 60곳에 대해서도 사업성을 판단해 처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