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보복 극대화…김정은 권력기반 흔드는 계기로

   
▲ 조우석 문화평론가
휴전선 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이후 남북간 긴장이 급격하게 높아진 상황이다. 포격 사건 직후 우리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대세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하벙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 회의를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김정은도 준전시상태 선포로 맞대응을 해왔다. 함께 나온“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는 인민군 총참모부의 협박도 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인데, 이번 사태전개가 어디까지 갈까?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비서 김양건이 우리에게 보내온 전통문이란 건 또 뭔가?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 어떤 것이 과연 평양의 속마음일까? 저들의 양동작전에 흔들리지 않는 대응이 필수인데, 우리가 하기에 따라 지금의 위기를 거대한 찬스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공포정치로 연명하는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감안한다면, 기회에 저들을 제대로, 크게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제반 상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북한 도발과 관련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야당 지도자 문재인은 무력은 해결방안이 아니라면서 고위급 회담을 북에 제안하자고 말했는데….


“그거야말로 좌파정부가 심어준 그런 전쟁공포증의 반영이 아닐까? 평화의 레토릭만 자꾸 늘어놓으면 평화가 유지된다는 집단적 환상을 문재인이 다시 보여주는 셈이다. 전쟁이 터지면 경제와 민생이 타격을 입는다면서 벌벌 기는 것인데, 더 큰 인간적 가치와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면 전쟁도 결단할 수 있다. 그런 단호한 생각이 전쟁을 외려 막는다.”

-그런 말을 하면 우리사회 분위기에선 전쟁광이란 소리를 듣는다.

“터무니없다. 그게 바로 국방을 미군에 외주(外注) 준 한국사회의 웰빙문화의 타락이라고 나는 경고해왔다. 그런 게 사회를 지리멸렬하게 만든다. 재확인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적과의 대화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적 앞에 무장해제를 말하는 속삭임이다. 약골사회의 나쁜 버릇을 기회에 떨쳐내야 옳다.”

-과연 어떻게가 문제 아닐까?


“자명하다. 어제 우리대통령은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지시엔 ‘도발이 있을 때 현장지휘관이 바로 대응타격을 하라’가 포함됐다. 그대로 하면 된다. 어제 대응 포격엔 71분이란 시차가 있었는데, 다음에 또 도발을 해오면 ‘바로’적을 때리길 바란다. 그게 기계적 대응의 방식의 적용이다. ”

- 그래야 저들이 겁을 먹을까?


“물론이다. 1,2차 연평해전 이후 생했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을 다시 겪으며 또 한 번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으면서도 우리 군은 도발자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못했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보복의지야말로 전쟁을 결단할 수 있는 기본인데, 이번에 그걸 제대로 보여주는 건 저들의 오판을 막고 확전을 견제할 최고의 방식이다. ”

-그러다가 큰 전쟁이 터지는 건 아닐까?


“전면전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다. 홧김에 일어나는 것 역시 아니다. 김정은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일으킨다. 지금 남북간 전력과 주변정세를 감안할 때, 무엇보다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생각하면, 큰 전쟁은 없다. 그 점 단호하게 잘라 말할 수 있다.”

   
▲ 휴전선 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이후 남북간 긴장이 급격하게 높아진 상황이다. 포격 사건 직후 우리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대세에 돌입했다. /사진=MBN 캡처
-우리군은 믿을만 한가?


“그 점은 나도 단언 못하겠다. 단 지뢰 매설 사건에서 부상 장병과 수색대원들이 보여준 언행(言行)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래서 군 수뇌부도 고무된 분위기다. 전방은 의외로 후방의 기류에 민감한데, 이런 상승국면에서 기계적 대응원칙을 바로 적용해 저쪽에 막대한 사상자를 낼 경우 우리 사기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솔직히 말해 5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아래는 잘했지만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초유의 북한 고강도 도발에 대해 난맥상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인정한다. 연평도 포격이 이뤄질 때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와 F-16이 무려 8대가 상공에 떠있었다. 이들이 NLL을 넘을 필요도 없이 고성능 유도폭탄을 적진 깊숙이 때렸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천추의 한이다. 언론인 조갑제가 책 <이스라엘식으로 살기>에서 밝힌대로 당시 적의 해안포대를 쓸어버리고 인민군의 낡은 미그23을 모조리 격추시키라는 명령을 당시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내렸더라면, 이후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불타는 적의 해안포 진지와 미그 23기의 추락, 정말 멋지다. 그 장면을 TV화면으로 지켜보는 국민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터지던 한국인의 전투력이 왕창 상승했을 것이 아닌가?

“내 말이 그 말이다. 후회막급이지만, 당시의 아쉬움을 이번에 하면 된다. 역설이지만 적에게 보복하려는 의지가 충만했을 때 전쟁이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얼치기 평화주의자들이 그러다가 큰일 난다고 괜한 걱정을 하는데, 우리의 안보태세를 해체시킨 저들이야말로 위험천만한 전쟁유도 세력이 아닐까? 인류 최악의 전체주의 정권이 저토록 사납게 날뛰도록 만들었던 게 좌파정부 아니었던가?”

-사실 우린 한 달전 영화 ‘연평해전’을 600만 명이 보지 않았던가?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그러나 그 영화는 여러 가지로 특별했다. 전쟁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적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는 부조리한 참상이 반복될 것임을 그 영화 이상으로 보여준 안보 교보재는 없었다. 즉 이번에도 두드려맞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긴 있을까?


“우리 군이 하기 나름이다. 대한민국 군대가 의장대가 아니라는 것, 공군의 최신예전투기가 에어쇼용 비행기가 아니라는 것, 해군 군함이 요트놀이용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끝으로 지금 국민여론은 어떤가?

“어제 북한군의 선제 타격 뉴스 첫 보도가 나왔을 때 포털 다음카카오에 달린 댓글들이 놀라웠다. 댓글 1919개의 거의 대부분이 강렬한 애국심과 북한군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추천(2688개)을 받은 글이 바로 이랬다. ‘원점을 타격해서 박살 내버려. 반항하면 새끼돼지(김정은) 통째로 구어버리고.’나는 그게 진짜 여론이고, 격앙된 젊은이들의 애국심이라고 본다. ”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