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당시 법원 “의무기간 안 지킨 만큼 연수비 반환할 필요 없다” 판결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연수 후 의무기간을 안 지킨 만큼 연수비를 반환해야 한다.(1995년 법원 판결문 중)”

최근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 ‘노예계약’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사례가 20여년 전에도 있던 것으로 확인돼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최근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 ‘노예계약’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사례가 20여년 전에도 있던 것으로 확인돼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대한항공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988년 약정한 근무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적한 조종사 장모씨 등 10명을 상대로 낸 1억6000여만원의 교육훈련비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 측의 자체경비로 실시하는 연수를 이수할 경우 규정된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한 원·피고간에 약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할 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회사를 사직·이적한 만큼 회사 측이 피고들을 위해 지불한 교육비를 반환해야 한다”며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20여년 전에 불거진 조종사 훈련비용을 둘러싼 계약규정이 소송주체만 뒤바뀌었을뿐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대항항공 퇴직 조종사 김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총 1억9000만원의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이들은 입사 전 초중등훈련비 약 1억원과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7000만원을 대한항공이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무하면 훈련비 상황의무를 변제해 주는 방식으로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었다.

김 씨등은 대한항공과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해 각각 2년간 무임금 상태로 교육을 마친 후 대한항공에 입사해 6년여 만에 퇴직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들에게 계약위반을 이유로 미상환 고등 교육비 명목으로 각각 8500~930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김씨 등은 대한항공이 근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여력이 있음에도 교육비를 마음대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하도록 하고, 10년간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내도록 하는 것은 ‘노예계약’이라며 “이 돈을 다시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비춰봤을 때 계약을 위반한 퇴직 조종사들에게 교육비를 돌려받은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면장 취득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에 대해 고액의 훈련비와 장기간의 훈련기간이 소요되는 경우, 교육훈련을 받음으로써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문직으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므로 교육훈련비를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볼 수 없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