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절반 임금피크제 실시…도입예정 대기업 상당수
청년고용 확대·고용안정 전계열사 확대…노사합의 최우선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조하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임금피크제란 특정 연령부터 통상임금을 삭감,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총액이 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정년은 60세로 늘어난다.

현재 상위 30대 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경우 50% 가까이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도입하지 않는 그룹 계열사도 전년 60세 의무화 시기를 전후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은 청년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사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의 모습. / 현대기아자동차그룹

21일 고용노동부와 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15위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농협, 한진, 한화, KT, 두산, 신세계, CJ)의 경우 계열사 275개 가운데 55%(151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자산총액 16~30위 그룹(LS, 대우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 동부, 대림, 부영, 현대, OCI,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계열사 103개 중 25%(26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절반 가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셈으로, 이들 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177개)은 도입시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기술직)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를 마친 상태로 법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정년이 연장되는 56세부터 매년 전년도 연봉의 10%씩 감액하고 기타 복리후생은 이전과 같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은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청년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사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임금피크제 대상은 41개 전 계열사 직원 15만여명이다. 일부 그룹사의 경우 간부사원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며 전 직원 확대를 위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현재 정년 연한을 60세로 일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연장에 대한 인건비 추가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청년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정년이 만 57세,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는 만 58세다. 정년을 앞둔 종업원들을 위해 재취업과 창업 프로그램, 자기계발, 노후 대비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종업원들의 정년퇴직 후 안정적인 삶도 지원할 방침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 이어 나머지 계열사들도 모두 내년부터 확대 적용한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17개사 모두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완료했으며 SKC 계열과 워커힐도 수년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새로 SK그룹에 편입된 계열사나 일부 소형 계열사만 동참하면 그룹 전체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SK그룹은 다수의 계열사가 고령자법 개정 전부터 이미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으며, 정년 60세 미만인 회사는 고령자법 개정을 전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노사간 합의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을 결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 임금 인상액의 20%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 인상 공유제’ 실시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SK그룹은 다수의 계열사가 고령자법 개정 전부터 이미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으며, 정년 60세 미만인 회사는 고령자법 개정을 전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다. 사진은 SK 본사 서린동 빌딩.

LG그룹도 이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확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무직과 생산직에 동일하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아직 도입 전인 일부 무노조 계열사도 올해 하반기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은 지난 2007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 때 받는 임금을 정점으로 정년인 만 58세까지 3년간 해마다 10%씩 감액하 형태다. 내년 정년 60세가 법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내년부터 적용할 임금피크제 방식에 대해 재점검할 계획이다.

LG 화학계열사들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이에 따른 임금피크제 개선안에 합의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 주요계열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 등 5개 회사는 연내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지주회사인 포스코가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계열사 중에서는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그린가스텍이 도입했다. 포스코그룹은 내년부터는 직원 수 300명 이상인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대부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일부 계열사는 올해 하반기 임·단협시 도입 시 검토할 계획이다. GS그룹은 GS칼텍스 등 주요 계열사가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들도 정년 60세 연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각 계열사의 입장·상황을 고려해 계열사별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대한항공을 필두로 주요 계열사 모두 정년연장과 동시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에 정년을 60세로 조기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인 고용안정에 힘쓰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상당한 진전이 있고, 현재에도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사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청년들의 취업난 완화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위해 30대 그룹 노사의 보다 적극적이고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