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이 요르단(87위)에 의외로 고전한 끝에 간신히 비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 당했다가,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이 만들어낸 상대 자책골로 겨우 비길 수 있었다.

   
▲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공식 SNS


한국은 요르단과 통산 상대 전적에서는 3승 3무의 우위를 이어갔지만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부터 이어온 A매치 7연승 행진은 멈췄다.

이로써 한국과 요르단은 나란히 1승 1무, 승점 4를 기록한 가운데 골 득실에서 앞선 요르단(+4)이 조 1위를 지켰고 한국(+2)은 조 2위에 머물렀다.

오는 25일 오후 8시 30분 동시에 열리는 E조 최종 3차전 한국-말레이시아, 요르단-바레인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가려지게 됐다.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하려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많은 골을 넣고 이겨 골득실에서 요르단을 제쳐야 한다. 하지만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것이 꼭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16강에 올라가면 E조 1위는 D조 2위와, E조 2위는 F조 1위와 만난다.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하면 D조 2위가 유력한 일본을 16강에서 만난다. 조 2위가 되면 F조의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태국, 키르기스스탄 중 1위에 오른 팀을 상대한다. F조 최종 순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팀이 1위가 되더라도 16강 상대로 일본보다는 더 편할 수 있다. 

이날 한국은 바레인과의 1차전과 비교해 부상으로 이탈한 골키퍼 김승규만 조현우로 바꾸고 필드 플레이어는 전원 그대로 선발 출전했다. 조규성과 손흥민이 전방 공격을 맡고, 이강인과 이재성이 윙어로 나섰다. 중원은 황인범과 박용우가 지키고 포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로 구성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황희찬과 김진수는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경기 시작 후 불과 4분여가 지났을 때 황인범의 절묘한 전진패스로 손흥민이 문전에서 좋은 찬스를 잡는가 했다. 이 때 요르단 에산 하다드의 태클에 걸려 손흥민이 넘어졌다. 주심은 처음에 파울을 불지 않았으나 비디오판독 끝에 파울을 확인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 골키퍼 김승규를 위한 유니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이 직접 키커로 나서 과감하게 정면을 향해 파넨카 킥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A매치 42호 골이었다. 골을 넣은 손흥민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골키퍼 김승규를 위해 김승규 유니폼 세리머니를 펼쳤다.

리드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한국은 전반 20분 좋은 찬스를 엮었다. 이강인의 패스로 골문 좌측에서 볼을 잡은 이재성이 슛을 쏘는 대신 정면 좋은 위치의 손흥민에게 연결해줬다. 손흥민의 논스톱 슛이 수비수에 걸렸다.

한국이 달아나는 골을 넣지 못하고 압박이 느슨해지자 요르단이 맹반격에 나섰다. 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가 기습적으로 슛을 때렸고, 29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마흐무드 알마르디가 예리한 슛을 날렸다. 모두 조현우 골키퍼가 선방했다.

적극적으로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공세를 이어가던 요르단이 결국 동점을 얻어냈다. 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반대편으로 넘어온 볼을 박용우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한국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자책골이 됐다.

   
▲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박용우(오른쪽)가 침통해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후 공방이 이어지다 전반 추가시간 요르단의 역습에 당하며 역전골까지 내줬다. 빠른 역습에서 알타마리가 때린 슛이 박용우 맞고 나왔다. 세컨드 볼을 야잔 알나이마트가 다시 슈팅해 한국 골문 왼쪽 모서리로 꽂아넣었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이기제의 호쾌한 중거리슛이 골키퍼 맞고 나왔을 때 조규성이 재차 슈팅한 볼이 골문 위로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1-2로 뒤진 채 후반을 맞자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 박용우를 빼고 김태환, 홍현석을 교체 투입했다. 여전히 공격이 매끄럽게 풀리지 않자 후반 24분에는 조규성과 이재성 대신 오현규와 정우영을 넣어 공세를 끌어올렸다.

전열을 정비한 한국이 몰아붙이자 전반부터 체력 소모가 많았던 요르단 선수들이 점점 밀렸다.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을 중심으로 여러번 기회를 엮고도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안타까운 시간만 흘렀다. 요르단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자주 '침대축구'를 시도했다.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한국의 만회골은 나오지 않았다. 지체된 시간이 많아 추가시간은 11분이나 주어졌다.

   
▲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유도해낸 황인범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패색이 짙어가던 한국이 추가시간에 돌입해서야 동점골을 얻어냈다. 좌측으로 파고든 손흥민이 가운데로 컷백을 보내 황인범에게 완벽한 슛 찬스를 제공했다. 황인범이 때린 논스톱 슛은 골문 앞에 있던 야잔 알아랍의 발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알아랍의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사실상 황인범이 유도해낸 극장 동점골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재역전을 노리고 막판까지 몰아붙였지만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고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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