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비서실장, 주말 한동훈 만나 직접 '사퇴요구' 전달
김경률 마포을 공천 문제 '김건희 명품백' 대응 배경 관측
한동훈 “할 일 하겠다” 일축...친윤 중심 사퇴 압박 커질지 관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디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 방안과 총선 공천 등을 문제 삼으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직접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라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와 만나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한 위원장의 서울 마포을 출마 지지 발언 등 공천 문제를 지적이지만 내면에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한 위원장의 대응 기조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연일 강조하면서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기류와는 다른 입장을 밝혀왔다. 한 위원장은 이 사건을 김 여사에 대한 '함정 몰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이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대통령실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에 혼란을 겪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더해 당내에서도 김 여사의 사과를 직접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최근 "적어도 이 사안에 대해서 만큼은 (대통령실이) 사실관계를 말씀하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 17일에는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프랑스혁명이 왜 일어났을까.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과 김 여사 사건 사과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마포을에 출마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시스템 공천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내에서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위원장 측은 “사과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친윤계는 “사과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용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지지 철회’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향한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에 "할 일 하겠다"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사퇴 보도나 나온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당 공식채널 공지를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및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는데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또 "4월 10일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기에 제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선민후사 하겠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 드려서 지금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 잡기 행태로 국민이 고통 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 받는 것을 막겠다"라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가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두고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그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총대를 메고 앞장섰던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체제’ 전환 후 지난 한 달 간  한동훈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공천을 목전에 둔 친윤계 의원들이 오히려 한 위원장을 엄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상, 현직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명백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2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무슨 권한으로 당 대표에게 관두라 마라고 하느냐"라며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 부하인 한동훈을 내리 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라고 강력 비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