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수당 지급 기준은 '1일 8시간 초과' 기존 해석 유지
민주노총 "노동자 생명·안전 도외시하는 퇴행 행정"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 여부 판단 시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정부가 행정해석을 이와 동일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22일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2020도15393)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연장근로시간을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계산한다는 건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하루에 20시간을 일하더라도 1주 최대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연장노동 한도를 위반하지 않는 셈이다.

다만, 연장근로수당 지급 기준은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하는 기존 해석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노사와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법의 최종 판단과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석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해석 변경에 대해 노동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동시간의 최대를 규제하는 것은 노동자 건강과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인데, 대법원 판결에 이은 고용부의 기준 변경은 기업 이윤을 위해 더 집중적으로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국 정부와 법원이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를 핑계대기 위해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생활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반 인권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정부 의뢰를 받아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11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며 "고용부 또한 이번 기준 변경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 우려가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는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이번 기준 변경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한다는 것을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부는 이번 기준 변경이 자신들이 의뢰한 연구결과에도 반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하는 퇴행 행정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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