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화재현장 꼼꼼히 살펴…전용열차 동승해 대화 나눠
한동훈 "민생 지원 얘기만…최선다해 국민 선택 받고 싶다"
하루만에 봉합 수순…대통령-여당 대표 이견, '현재 진행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두 사람은 현장을 둘러보며 시종일관 함께 걸었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면서 피해 상인 대표들, 화재 진압을 마무리 중인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눈이 많이 내려 혼잡해진 교통 상황을 고려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등 현장을 방문한 당과 정부 관계자 모두 대통령 전용열차로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것이다.

현장 점검을 마친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비대위워장에게 열차를 같이 타고 가자고 제안했고, 한 비대위원장은 이에 응해 전용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집권여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은 눈발이 거세진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눈 후 현장을 함께 둘러보았다. 이 후 전용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면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최근 현안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불과 78일 앞두고 대통령과 당대표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3일 만에 봉합 수순으로 들어갔다. 지난 20년을 넘는 검사 선후배 간 인연이 이번 갈등을 계기로 재차 돈독해진 것이다.

봉합의 계기는 윤 대통령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서천특화시장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경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고,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아침 오후 1시에 현장을 방문하는 결정을 했다. 그 후 윤 대통령이 서천특화시장 현장에 방문해 함께 한 것이다.

다만 아직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대통령의 당무 개입 등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그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 비대위원장은 서울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며 "그런 얘기(갈등설 등 현안)는 서로 없었고, 정치는 민생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민생에 관한 여러가지 지원책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건설적인 말씀을 많이 했고, 제가 잘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현안보다 민생, 더 나아가 총선과 관련한 민심 잡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한 비대위원장은 "저는 대통령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그런 말씀(갈등설 등 현안)을 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


최근 며칠간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간의 갈등은 당사자들이 갑자기 봉합 수순에 들어간다고 해서 쉽사리 지워지기 힘든 이슈다. 민주당과 언론이 주목하고 끊임없이 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 심판론'과 '거대야당 견제론'이 맞붙은 이번 4.10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은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면서, 동시에 한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날 화재 현장에 대한 동반 방문이 출구전략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가운데, 향후 어떤 후속 조치나 입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입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