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저축보험 수요 감소 예상
건전성 빨간불 켜진 카드‧저축은행업계…대출 문턱 높여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역시 인하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다고 저금리 시대로 당장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쪽으로 정리되고 있어 ‘중간 수준’의 금리가 꽤 길게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대비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이른바 ‘중금리 시대’를 전망하며 업권별 상황과 재테크 전략 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장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의 ‘중금리’ 시대 개막은 보험‧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향후 금리 인하로 인해 운용자산이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시이율 인하로 저축보험 등 금리연동형 상품의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사진=미디어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22개 생명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3%를 기록했다.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3%대 초반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험사는 계약에 따른 보장 또는 만기 시 보험금 지급을 위해 고객이 낸 보험료를 채권, 주식 등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데 이에 따른 영업이익을 경과운용자산으로 나눠 구한 값이 운용자산이익률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를 잘했다는 의미다.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보험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 금리하락은 금리 역마진을 확대시키고 당기순이익을 감소시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채권수익률 하락 등에 대비해 투자수익처 발굴, 중수익 투자편입비중 확대 등 경영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이 낮아질 경우 신계약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만기 환급금이 줄어들어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현재도 보험사들의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평균 2% 후반에서 3% 초반에 불과하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적금 금리처럼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 등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말한다. 예·적금 상품의 경우 가입할 때의 약정이율이 만기까지 확정되나 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에 따라 매달 이율이 바뀌어 환급금이 달라진다.

카드업계의 경우 저(低)소비‧고(高)부채 상황과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해 2022년 12월(10.8%)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12월(-3.3%) 이후 3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8월(2.9%)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통상 연말인 12월에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한데 지난해에는 소비가 부진했던 영향이다.

   
▲ 사진=미디어펜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카드론 등 부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거절당한 저신용 고객이 몰리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국내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동성 리스크 등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 등 전업 카드사들이 보유한 카드론 잔액은 38조879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36조6348억원)과 비교하면 2조2000억원 이상 늘었다.

저축은행업계도 중금리 시대가 반갑지만은 않다. 저축은행은 이자비용 급증으로 이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 규제에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그간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서 고금리 이미지를 탈피하고 수익성도 개선해왔으나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 대출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연체율이 6.15%까지 오르면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도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대출은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처음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총대출 잔액은 106조2555억원으로 2022년 12월 말(115조283억원)보다 7.6%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436억원) 대비 53.7%(1조6890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1조5088억원)과 비교해도 3.6% 줄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