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정책으로 신뢰 얻어야…선거판 한철 장사 '떳다방' 다름없어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또 바꾸려고 한다. 이번에 바꾸면, 지난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 이후 무려 9번째다. 2년에 한 번꼴로 신장개업을 한 셈이다. 그간 사용했던 간판을 떠 올려보니,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등 기억나기 어려울 정도로 바꿨다.

당명 개정을 앞장서고 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브랜드 가치 면에서 부정적이고 사람들이 읽기 불편해 생각보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실제로 당내에서도 현 당명이 길고 어려워 여전히 민주당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변경 이유를 대고 있다.

거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작명 탄생의 장본인인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부터 문재인 대표까지 당이 혁신되었고, 통합의 성과도 어느 정도 나왔고, 당명이 불편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당명 개정 가능성을 열어놓아 조만간에 당명이 변경될 모양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니 선거 승리를 위해 바꾸고, 선거에서 지면 졌다고 바꾸고, 이런 병적인 악순환은 스스로가 패배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라면서 당명 개정을 좀 더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름은 사람부터 기업까지 중요해

당명 아래 모인 정치 세력들은 공통의 이념, 정치하는 목적, 정강정책을 실현하고자 모인만큼 당명을 쉽게 논의하거나 변경을 추진하는데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사실 이름이 중요하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혐오스럽거나 놀림의 대상이 되어 바꾸는 사람부터 사주가 좋지 않다는 이유, 취직,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이름이 변경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실명보다는 예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이름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사람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예인 뿐 만 아니라 정치인까지 이름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이름은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만큼 치열한 생존게임을 하고 있는 기업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과 문양을 가지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애플의 브랜드가치가 무려 2,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글로벌 삼성도 영문명으로 된 파란색의 로고를 제작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사명을 제대로 변경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 국내 재계 순위 5위였던 선경이 이미지 통합과 세계화를 표명하며 그룹명을 SK로 변경하여 순위 3위로 2단계 뛰어올랐고, 어릴 때 주로 보던 텔레비전을 만들었던 럭키금성이 LG로 사명을 바꾸면서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전 세계에서 에어컨하면 LG 휘센으로 잘 알려지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기업 이름부터 제품 이름까지 어떻게 표현하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높아지고 조직의 생존까지도 판가름나게 만들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에 당명이 또 바뀌면 2000년 새천년민주당 이래로 9번째다./사진=미디어펜
춘향이보다 향단이, 수박보다 호박

흔히 향단이가 화장한다고 춘향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쓰곤 한다. 이런 말들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춘향이가 박색(薄色)하고, 향단이가 용모가 단정해, 이몽룡이 좋아했던 사람이 향단이었다면서 향단이가 춘향이보다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설도 있다. 호박같은 내 얼굴 이쁘기도 하지요라는 동요도 있듯이, 뭔가 좀 이상하게 생긴데다 꽃마저 예쁘지 못해 흔히 못난 사람을 호박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외국에서 연인을 호박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박하면 여름에 없어서 안 되는 대표적인 과일이며 풍부한 과즙과 효과 빠른 이뇨작용으로 인기있는 작물이다. 호박도 과채류 중에서 녹말 함량이 최고일 정도로 영양가가 풍부하고 호박순은 쌈으로 나물로 사시사철 맛있는 반찬이 되고 늙은 호박은 영양만점 호박죽으로, 애호박은 된장찌개에 빠지면 서운한 야채로 알려져 있다.

알맹이만 먹고 수박껍질은 얼굴 맛사지용으로 쓰이는 수박에 비해 버릴 것 없이 다 활용되는 호박이 오히려 수박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춘향이만큼 향단이도 매력적이고 호박도 수박만큼 요긴한 작물이기 때문에 굳이 치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름보다 정책에 신경써야

선거철이 다가오니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근본의 문제점부터 고치지 않고 이름만 바꿔 겉치레만 하면 전부 다 바뀐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기업들도 사명을 변경해야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자주 바꾸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매우 신중해라는 투자 격언도 있다. 막무가내식 변경은 기존 이미지 하락과 적지않은 비용지출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잦은 신장개업은 시세차익만 노리는 떳다방 이미지만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4동안 이름을 수차례 바꾸고 비상대책위원회만 수없이 만드는 정당은 아마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정당이 없으니 한국 정치판이 떳다방 수준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것이다.

신장개업을 할 시간과 비용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면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꾸려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의 저서 신군주론을 읽어보면, 정치적 카리스마를 가진 자 밑에 수많은 권력 지향성 인물들이 모인 패거리가 정당이라면서 현 정당을 비판한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서 조직폭력배의 역사보다 짧은 정당, 뿌리 없는 한국 정당을 한탄해 했다.

보수정당도 진보정당도 같은 정책을 가지고 패거리 정치를 하니 무슨 변별력이 생기겠는가? 보수는 성장에 진보는 분배에 어떻게 본인 목소리를 낼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야당이 정권 교체를 꿈꾼다면 여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같은 색깔을 보이면 야당이 불리하다는 것을 지난 선거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반면에 여당도 여당답게 행동할 것이다. 야당이 어느 순간 정신 차리면 밥그릇을 언제 내줘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