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중학생, 강남 한복판서 국회의원 머리 17차례 가격…봉합 수술
"일어나서는 안될 일" "엄정수사"...여야 정치권 '정치테러 강력 규탄'
반복되는 정치인 공격에 근본 대책 마련 목소리..."증오 정치 멈춰야"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낮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15세 중학생에게 습격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둔기 피습을 당한 지 23일 만이다. 여야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여야의 극단 대립과 혐오 정치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4.10 총선을 앞두고 반복되는 정치인 테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5시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1층 승강기 앞에서 중학생 A군에게 돌로 머리 뒤쪽과 얼굴 등을 무차별 가격 당했다. 배현진 의원실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군은 건물 내부 상가 출입문 앞에서 배회하다 배 의원이 들어오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맞느냐”라고 두 차례 물었다. 배 의원이 “맞다”고 답하자 그는 갑자기 성인 주먹 크기의 돌을 주머니에서 꺼내 배 의원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배 의원이 머리를 감싸며 쓰러진 후에도 피의자는 계속해서 10여 차례 이상 공격이 이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군을 특수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 자신이 15살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군은 인근 중학교 2학년으로 알려졌다. 배현진 의원실에 따르면 A군은 자신이 15살이며 '촉법 소년'이란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서 중학생 남성에게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2023.5.31 국회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후 결과 발표 모습./사진=연합뉴스


배 의원은 피습 후 주변의 도움으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져 상처 봉합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인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머리 뒷부분에 1㎝ 정도 손상을 입었고 후두부가 약간 부어있는 상태였다”며 “응급실에 왔을 때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고 두피에서 출혈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T상으로 두개골에 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뇌진탕이나 모세혈관 출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일 MRI 정밀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어제까지는 괜찮다고 했는데, 긴장이 풀리고 하니까 컨디션이 어제보다 더 안좋아졌다"라고 전했다. 추가 출혈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지켜보고 있다"라며 "다만 추가 상처가 몇 개 더 발견 돼서 치료를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정치인에 대한 테러를 규탄하며 배 의원의 쾌유를 기원했다. 또 반복되는 테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10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 대립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또 정치인들의 대외 활동도 늘어나는 만큼 유사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배 의원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안전 확보와 유사범죄 예방에 전력을 쏟아달라”고 주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배 의원의 피습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순천향병원을 찾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고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부산에서 둔기로 목부위를 공격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상처가 저릿해온다”며 “어떠한 정치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돌을 든 괴한에게 습격 당하고 있다./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CCTV 영상 캡처


윤재옥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무엇이 자라나는 소년으로 하여금 국회의원에게 증오가 담긴 범행을 행사하게 했는지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국민에게 그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이런 불행한 사건은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정치는 사실상 변하게 없다. 지금 바로 근본적 대책을 세우고 정치권 전체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만연한 폭력에 질식당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증오 정치를 멈춰야 한다. 증오의 악순환이 정상적인 정치를 파괴할 정도에 이르지 전에 각 정당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배 의원을 습격해 체포된 중학생 A군을 이날 새벽 응급 입원 조치했다. 서울 강남 경찰서는 보호자 입회 하에 A군을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응급입원 조처했다고 밝혔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향후 범행 동기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