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시즌 앞두고 주주환원정책 이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실적 악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예방주사’ 격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우선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일선 증권사들에 대한 강력한 관리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넓게 보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실적 악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예방주사’ 격의 조치에 나선 것으로 우선 풀이된다./사진=김상문 기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 사례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먼저 눈에 띄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이다. 지난 25일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4월25일까지 보통주 1000만주, 2우선주 50만주를 매입한다고 예고했다. 각각 유통주식 수의 약 2.2%, 0.4%에 해당하는 수량이며, 금액으로 치면 약 700억원 규모다. 25일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5.15% 오른 71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매입은 3개월 만이다. 작년 10월 보통주 1000만주 매입 소식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매입 규모가 물경 7000억원에 달해 자사주 매입에 인색한 국내 증시 환경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LS네트웍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23일 자사주 매입 소식을 알렸다. 취득예정 주식 수는 577만895주로 637억7416만원 규모다. 소식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24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22.47%까지 폭등했다. 종가 기준으론 3.69% 상승에 그쳤지만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를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키움증권 역시 작년 10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이 담긴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해 화제가 됐었다. 오는 2025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매년 배당한다는 내용이 발표돼 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주주 개개인이 들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펴는 점이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을 미 증시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최근 이어진 국내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 소식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정황들도 함께 엮여 있다. 우선 실적 전망이 좋지 못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과 투자은행(IB) 부문 침체 등으로 각 증권사들의 작년 실적은 크고 작은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된다. 당장 이번 주부터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사장단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 요인으로 작용하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증권사가 과도하게 부동산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주주환원 정책을 의무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증권사들이 사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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