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전망 나빠지며 주가 급격히 빠져…국내 증시 영향 불가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이 연일 사상 최고가 주변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승세에서 이탈하는 종목들도 눈에 띈다. 한때 300달러를 넘보던 테슬라 주가가 최근 180달러 선으로 급락하며 국내 2차전지주들에까지 쇼크를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텔 역시 지난 26일(현지시간) 12% 급락하며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이 연일 사상 최고가 주변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때 300달러를 넘보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180달러 선으로 급락하며 국내 2차전지주들에까지 쇼크를 줬다./사진=김상문 기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S&P500‧나스닥 지수의 공통점은 최근 들어 전부 ‘사상 최고가’ 영역에 진입해 있다는 점이다. 해가 바뀌고 나서 오히려 더욱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청신호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서학개미’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인 테슬라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현지시간으로 작년 7월19일 장중 299달러까지 상승하며 300달러선 재탈환을 노리기도 했던 테슬라 주가는 그 이후 횡보하다 올해 들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주에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00달러선이 허무하게 붕괴하면서 주가가 삽시간에 180달러선까지 밀렸다. 부진한 작년 4분기 실적, 올해 성장률 둔화 전망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후 후방카메라 문제로 모델 Y·S·X 일부 차량을 리콜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테슬라 급락은 이미 국내증시 2차전지 관련주들에도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굴지의 반도체기업 인텔의 주가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악재도 더해졌다.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장중 5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던 인텔의 주가는 지난 26일 순식간에 12% 하락하며 45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전망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업종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에 대해 “단기 실적에 대한 우려 증가로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2월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에메랄드 레피즈와 신규 제품 라인업을 고려해서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주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파운드리 이벤트 IFS 다이렉트 커넥트(Direct Connect) 2024(2월21일 예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두 종목의 경우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인텔이 급락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 가까이 급락했고, 이는 국내 반도체 종목들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까지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엔비디아‧AMD 등의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지난 주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AI 테마 역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워낙 선호도가 높아 저점매수 흐름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반도체 대장주는 TSMC‧엔비디아이므로 인텔 조정의 국내 증시 여파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본격적으로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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