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만기 돌아오며 손실 가시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주요 은행들이 ELS 상품 판매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0월 ELS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하나은행도 이달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주요 판매사에 대한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 ELS 판매 중단 등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ELS 상품 중단 움직임은 전 은행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제공.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등 최근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나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는 금융시장 현황과 소비자 보호 측면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추후 판매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받아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협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홍콩H지수를 포함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현재로선 판매 재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닛케이225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두고 검토중이다.

은행들의 ELS 판매 중단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ELS 판매 중단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개인적으로 상당 부분 공감한다”면서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상품 모두 위험하다. 종합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고위험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19년 시행된 이후 3년여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을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상품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달부터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드러나면 이들 판매사들은 고객 손실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의 H지수 ELS의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5조4000억원(79.8%)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만기가 돌아오면서 손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에서 지난 26일까지 3121억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만기가 된 5888억원어치 상품의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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