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동을 하태경·이혜훈·이영 3파전...이웃 중·성동갑 윤희숙·권오현
여권 거물급 '한강벨트' 줄이은 출사표에 여권 내 경선 경쟁 치열할 듯
한동훈, 윤희숙 띄우기에 '사천' 논란도...권오현 "많이 허탈" 공개 불만
[미디어펜=이희연 기자]4.10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한강벨트' 중 하나인 서울 중·성동구에 여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홍익표, 박성준 의원이 현역으로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하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한강벨트' 집중 공략 전략에 힘입어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몰리는 이유다.

한강벨트는 한강을 끼고 있는 광진·성동·용산·동작·마포구 등 5개 행정구역(총 9개 선거구)을 의미한다.  성동구는 수도권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 중 한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4선 권영세 의원의 용산구를 뺀 나머지 8개 지역을 민주당에 내줬다. 따라서 여권 인사들이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는 건 험지 출마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3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험지라고 하는 건, 우리 쪽 의원이 없는 민주당 의원의 의석을 뺏어오는 건데, 이 지역을 포함해서 한강벨트가 여론조사 상에서 괜찮게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거물급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4.10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총선 향배를 가를 '한강벨트'를 향한 경쟁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회의실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는 모습./ 2024. 1. 29.


그러면서 "성동구의 경우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민주당이 100% 이겼던 곳은 아니다. 다른 지역처럼 완전히 강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지역"이라며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이 지역은 도전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성동구을에 도전장은 낸 여권 인사는 총 3명이다 여권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혜훈 전 의원과 4선에 도전하는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중·성동구을을 둘러싼 여권의 공천 경쟁이 치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혜훈 전 의원은 지난 21일 "개혁 보수의 길을 걸어온 내가 지금처럼 흑백논리와 이념에 매몰된 진영 정치가 사라지고 보다 상식과 원칙의 정치가 자리매김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험지 출마 1호로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던 하태경 의원은 지난 29일엔  "당에서 ‘수도권 인물난’을 고려해 지역구를 조정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라며 "우리 당 전략 지역인 한강벨트의 중심에서 깃발을 들겠다"라고 중·성동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날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기부 장관 경험을 살려 중구·성동구를 한국의 혁신 스타트업 중심지로 만들고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낡고 위험한 주거지를 개선하겠다"라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중구·성동구를 미래 산업과 명품 주거지가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도시모델로 만들겠다"라고 자신했다. 

중·성동구을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수석 대변인을 지낸 친명계 초선 박성준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힘에서는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지상욱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격전지로 떠올랐다. 또 국민의힘 공관위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략공천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웃 지역구인 중·성동구갑의 열기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에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여권 내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는 윤희숙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권오현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도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사표를 낸 곳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윤 전 의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은가"라며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 년 간 기득권 차지하면서 정치 무대를 장악해 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힘을 실었다. 

다만 한 비대위원장이 윤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원 사격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사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힌 권오현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국민의힘 내의 기득권 모습을 보면 8090 젊은 정치인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많이 허탈하다"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총선의 시대정신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 의원을 개인적으로도 모른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의원도 같은 날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다"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를 무슨 사천을 하겠나. (다만) 한 위원장이 승리를 위해 한마디 씩 언급해 주는 것은 후보들에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중·성동 지역구는 이번 총선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 조정안에 따라 종로·중구와 성동구 갑·을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성동구가 좀 더 한강벨트의 제 가치에 더 접근하는 행정구역과 선거구 의미를 포함할 가능성이 놓은 것이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도 맞물리는 지역으로, 한강벨트의 핵심 지역구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성동구는 또 다른 강남"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보다 뜨거운 당내 경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