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하지 않고 일시 지급하는 등 지배구조법규를 위반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하지 않고 일시 지급하는 등 지배구조법규를 위반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사진=김상문 기자


금융감독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고, 성과보수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금감원 측은 작년 11월 성과보수체계가 미흡한 증권사 17개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성과보수 지급기준이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운영 과정에서 최소 이연 기간·비율 등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를 다수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단기실적에 치중하는 성과보수 지급 관행이 부동산 PF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 쏠림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 혹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증권사는 임원·금융투자 업무 담당자에 대해 3년 이상 성과급을 이연 지급해야 한다. 성과급의 40% 이상을 이연해야 하고 첫해 지급액은 기간별 균등 배분액을 초과할 수 없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에 따르면 A증권사는 임직원별 성과보수가 1억∼2억5000만원인 경우 당해에 1억원을 지급하고, 잔액은 1∼3년간 이연 지급(연도별 5000만원)한다는 내부 지급기준을 운영했다.

예를 들어 성과급이 1억6000만원이면 1억원을 당해 지급하고, 1차 연도에 5000만원, 2차 연도에 100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는 최소 이연기간·비율을 위반한 것으로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성과급 95억원이 잘못된 기준으로 지급됐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A증권사의 경우 보수위원회에서 정한 성과보수 지급기준 자체가 지배구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위배됐다"며 "잘못된 지급기준에 따라 최소 이연 지급 기간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또한 이연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임직원에게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하지 않고 전액 일시에 지급한 증권사도 있었다.

B증권사는 같은 기간 지급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상당수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18%)에게 성과보수 13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다. 또 C증권사는 계약직 부동산 PF 담당 직원(이연 지급 대상 직원의 43%)에 대해 성과보수 20억원을 전액 일시에 지급했다.

D증권사는 부동산 PF 담당 임원에 대해서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성과보수 3억원을 일시에 지급했으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담당 직원의 성과보수 총액이 일정금액 미만일 경우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5년간 부동산 PF 업무수행 직원의 57%가 성과보수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이연 지급 대상을 임의로 제외하는 증권사의 성과보수 지급 관행은 장기성과와 연동하여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지배구조법령 위반 사항을 확인한 만큼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라 제재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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