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역차별 논란, 차 아닌 '소통' 문제

[인천 송도|미디어펜=김태우기자]22일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후 7시 인천송도 국제업무지구 역 인근의 도심서킷 패독으로 사용되던 공간이 오랜 침묵을 깨고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인다.

현대자동차 소나타 출시 30주년 기념 고객행사장을 방문한 회사 관계자들과 언론 및 고객들이다. 일반 적인 고객행사에 언론까지 방문한 일은 이례적이지만 이 날 만큼은 특별히 많은 기자들과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을 했다. 이날 있을 차 대 차 충돌 테스트를 보기 위해서다.

   
▲ 22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역 인근에 마련된 소나타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실시된 (사진왼쪽)국내판 LF소나타 2.0T모델과 해외생산 LF소나타 2.0T모델의 차대차 정면충돌 테스트가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됐다./현대자동차

이번 행사는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70%를 육박하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그간 국내시판모델과 해외수출형 모델의 품질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고객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고자 현대차가 마련한 특별 이벤트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카운터가 세어진 후 ‘삐~’ 소리와 함께 LF소나타 두 대가 동시에 정면으로 충돌하며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주변엔 온자차체의 파편과 함께 엔진오일, 냉각수 등이 흘러나오고 뿌연 연기가 앞을 가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고 현장의 사람들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테스트는 그간 현대차가 국내생산모델과 수출모델의 강판두케차이가 난다는 것과 수출용에만 더 좋은 에어백을 쓴다는 등의 루머에 시달려온 현대차가 고객들 눈앞에서 오명을 벗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번 충돌테스트는 운전석과 동승석에 남·여 더미(충돌실험용 인체모형)를 탑승시키고 법규 시험속도 48Km보다 약 8Km 빠른 시속인 56Km로 정면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콘크리트 고정 벽에 부딫히는 대신 또 한 대의 차량과 충돌시키는 ‘차 대 차’ 충돌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모든 방식이 국내 신차 안전도 평가 정면충돌 테스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대차는 테스트의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차량선정부터 외부인을 투입했다. 해외제작형 LF소나타를 공수하기 위해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가 직접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몬트행 비행기에 올랐고 현지에서 구매한 차량을 항공으로 특송해왔다.

현지 차량구매가와 항공운송료 충돌테스트를 위해 사용된 더비, 찻값, 운송료를 포함하면 족히 10억원이 넘게 소비되는 실험이었다.

진행 중 조금의 실수로 정면충돌이 어긋나기라도 했다면 10억 원을 통으로 날릴 수도 있는 실험이었다.

실험 준비 단계부터 참여한 김필수 교수는 “보통의 경우 실험장 내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반면 모든 관객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무모한 실험을 하는 것은 현대차만의 자신감과 절박함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같다”고 전했다.

긴장감 넘치는 실험이 무사히 종료된 후 양쪽 차량의 파손정도는 육안으로 보기에 같은 모습이었다.

   
▲ 22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역 인근에 마련된 소나타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실시된 (사진왼쪽)국내판 LF소나타 2.0T모델과 해외생산 LF소나타 2.0T모델의 차대차 정면충돌 테스트가 많은 관람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됐다. 테스트 결과 두 차량모두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같은 수준의 데미지를 입었음을 알수 있다./현대자동차

파손 부위와 정도, 승객석의 보존 성능 등 눈으로 볼 때 전혀 차이를 찾을 수 없어 보였고 더미의 부위별 상해 정도에 따라 승객 보호 수준을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평가 결과에서도 양쪽 모두 교통안전공단 기준 최고 등급인 그린 색상(우수)을 기록했다.

이날 영화의 총감독 격이었던 곽진 현대차 영업담당 부사장은 "그동안 현대차가 잘못을 인정하는 데도 인색하고 고객들이 가졌던 오해를 풀어주는 데도 게을렀다"며 "이번 행사는 위험 부담이 컸지만 진정성을 갖고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 한번으로 고객들의 모든 오해가 풀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상품 등 각 현업 부서에서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