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대우증권 전경/사진=대우증권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15년만에 새 주인을 찾는 KDB대우증권을 누가 인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증권 보통주 43%(1억4048만1383주)를 보유한 KDB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을 포함한 금융 자회사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어 온 대우증권은 15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대우증권은 옛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핵심축으로 꼽혔다.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인수했고, 1983년 삼보증권을 흡수합병하며 대우증권으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에는 베트남, 인도는 물론 루마니아, 우즈베크, 헝가리 등지로 뻗어나가 대우그룹의 핵심 금융 자회사이자 금융투자업계의 '메이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대우사태가 터져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자 대주주가 9개 채권단으로 바뀌는 시련기에 진입했다. 2000년 채권단에 들어있던 산업은행이 실권주를 인수함으로써 대우증권의 최대주주가 됐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2009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되면서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 지주의 자회사로서 운명을 함께하는 듯했다.

그러나 산은 지주의 민영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은 다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했다. 동시에 대우증권의 매각 작업도 보류됐다.

지난해 말 통합 산업은행의 출범과 함께 대우증권 매각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이 출범을 앞두고 민간 금융사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업무계획을 발표해 공식적으로 '장'이 열렸다.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이날 이사회에서 매각 추진계획을 의결하고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1979억원에 이르는 업계 2위의 대형 증권사다.

매각 대상 지분의 가격이 이날 종가(주당 1만1750원) 기준으로 1조6506억원이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지분가치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주가가 넉 달 전만 해도 1만8000원을 웃돌었던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공산이 크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이제 매각을 위한 장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주요 매수 후보자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의 금융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KB손해보험(전 LIG손보)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해 대우증권 매입 준비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최대 증권사를 운영하는 시틱그룹도 일찌감치 대우증권의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다. 이전에 우리은행 인수를 시도했던 중국 안방(安邦)보험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과 함께 산은자산운용과 산은캐피탈도 매물로 내놓았다. 이 가운데 덩치가 큰 산은캐피탈은 별도 매각을 추진하고, 산은자산운용은 대우증권과 묶어 파는 패키지 매각과 별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