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통 등 동반상승…"한 템포 쉬어갈 것" 신중론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소위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의지인 만큼 추가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낙관론이 존재한다. 반면 저PBR 관련주들이 단기간에 테마성 상승을 보인 만큼 숨 고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소위 ‘저PBR’ 종목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 저PBR 관련주들이 마치 테마주와 같은 등락세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 회사가 해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의 가치보다도 주가가 더 낮은 저평가 상태를 의미한다.

국내 증시에서 저PBR 상태의 종목들은 매우 흔하다. 그럼에도 이달 들어 갑자기 저PBR주들이 탄력을 받은 이유는 정부발(發) 재료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개최된 자본시장 제도개선 회의에서 언급됐으며, 세부 내용은 이달 중 발표 예정이다.

1월 내내 극심한 침체에 시달렸던 한국 증시 투자자들은 모처럼 등장한 ‘정부공인 테마’에 상기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시선을 받은 섹터는 금융 업종이다.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은행주들은 지난 주에만 17.4%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률(5.5%)을 압도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돋보인다. 이들은 각각 3010억원과 524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2주째 매수 포지션을 유지 중이다. 특히 외국인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을 각각 2010억원과 1790억원어치 담았다. 

개인들의 고민은 계속 해서 금융주 추격매수에 나서도 되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당장 이날인 5일 오전 저PBR주들은 물론 코스피‧코스닥 지수마저 강한 조정을 받으며 지난주와는 다른 장세가 펼쳐졌다.

이미 일각에선 경고 사인이 나오던 터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장기 방향성은 우호적이나 단기 조정 흐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 확대일텐데 아직 배당자율성이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기 프로그램이 은행에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증시 전체적으로 저PBR 태풍이 ‘찻잔 속 테마’로 끝날 것인지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없었던 주주가치 제고, 자본 효율성 강화 등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 하에 진행될 경우 자동차‧증권‧운송‧에너지 등 업종의 재평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단, 그러면서도 이 부장은 “단기적으로는 추가적 반등 시도,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면서 “추세적인 상승이 유효하더라도 당장은 한 템포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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